그리스 정부가 12일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대해 내정간섭을 하지 말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지난해 5월 합의한 1100억유로의 구제금융 가운데 4차분 집행을 앞두고 재정긴축 이행 실적 등을 점검하기 위해 그리스를 방문한 EU와 IMF 조사관들이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하며 국가자산을 추가 매각해야 한다"고 지적한 데 대한 반응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게오르게 페탈로티스 그리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EU와 IMF 유럽중앙은행(ECB) 관료들의 행동은 부적절했다"며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국내 문제에 간섭하라고 요청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움은 필요하지만 자존심의 한계까지 무너뜨리며 협상하진 않아왔다"며 "정부는 그리스 국민의 명령만 들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전날 폴 톰슨 IMF 그리스담당 책임자와 세르바스 드루스 EU집행위 유로지역 거시경제담당 국장은 아테네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3월로 예정된 150억유로의 집행은 승인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도 "그리스는 세제개혁에 더 집중하고 2015년까지 자산 매각을 통해 500억유로(670억달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그리스 정부가 지난해 11월에 밝힌 2013년까지 70억유로 조달 목표와는 큰 격차가 있는 것이다.

톰슨은 이와 함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한 규제 완화에 반대하는 직업군들을 언급하며 "트럭운전사와 약사 등 일부 거리에서 시위를 벌이는 그룹들은 많은 돈을 벌게 해주는 특권 뒤에 숨어 사회 전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들 직업에 대한 진입장벽 완화는 EU와 IMF 구제금융 지원을 위한 이행조건의 핵심 가운데 하나였다. 그러나 의사와 약사 등 전문 직업군 종사자들은 개혁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여왔다.

그리스에선 조사관들의 기자회견 후 정부가 IMF와 EU의 과도한 요구에 아무런 얘기도 못하고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았다. 이에 정부가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성명서를 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와 관련,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와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 전화통화를 했다고 전했다.

한편 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아일랜드 정부의 은행 추가 지원 의지가 불확실해졌다며 아일랜드은행 6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