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3차례나 휴가.인근 병원서 휴양 방안 논의
대선까지 '휴식'..명예퇴진위한 '사실상 망명'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이 건강검진 명목으로 독일행 비행기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바덴-바덴 인근의 후보 병원까지 거론되는 등 논의가 생각했던 것보다 구체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독일 시사 주간지 슈피겔이 8일 보도했다.

슈피겔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장기 건강검진을 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적절한 병원들과의 협의가 있었다면서 특히 독일 남서부 바덴-바덴 인근 뷜 시에 있는 `막스-그룬디히-클리닉 뷜러회에'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종양 치료 분야에서 명망이 있는 이 병원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고의 치료, 최고급 호텔 수준의 안락함과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히고 있다.

빅토르 유셴코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각 병실의 크기가 최대 200㎡인 이 병원에서 요양했었다.

독일 흑림지대에 위치한 이 병원은 사람이 생활하기에 가장 적합한 고도로 알려진 해발 800m에 자리 잡고 있다.

무바라크 대통령은 독일의 대표적 휴양 도시 중 하나인 바덴-바덴에서 과거 3차례나 휴가를 보냈을 정도로 이 지역을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지난해 3월 이곳에서 약 80㎞ 떨어진 하이델베르크의 한 병원에 3주간 머물면서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었다.

이후 일부 언론은 그가 암에 걸렸다고 보도했으나 이집트 정부는 이를 부인했다.

최근 독일 집권 연정 관계자들은 홍해 연안 휴양지 샤름 엘-셰이크에 머물고 있는 무바라크 대통령이 건강검진을 위해 독일로 오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었다.

이것은 이집트의 민주시위로 곤경에 처한 무바라크 대통령이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명예롭게 퇴진하는 방식으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기민당(CDU)-기사당(CSU) 연합과 자민당(FDP)이 모두 찬성하고 있다.

언론매체들은 무바라크 대통령이 독일로 와 오는 8~9월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또는 남은 대통령 임기까지 이곳에 머물게 될 경우 이집트의 정치적 변화 과정에서 손을 떼게 된다는 점에서 `사실상 망명'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 신문은 지난 주말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일행을 가상 시나리오 중 하나로 꼽으면서 미국 정부와 이집트군 관계자들이 이 문제를 비밀리에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었다.

장 아셀보른 룩셈부르크 외무장관도 9일자 독일 일간지 타게스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가 무바라크 대통령에게 독일내 장기 요양을 제안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독일 정부는 이집트로부터 무바라크 대통령의 독일행에 관한 요청이 없었다고 밝혔다.

귀도 베스터벨레 독일 외무장관은 이날 "아직은 이집트 측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요청을 받지 않았다"면서 따라서 "이 문제에 관해 앞으로의 상황을 추측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