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총장 "난 달라 붙지 않는 사각팬티 입어요"
[한경속보] “난 몸에 달라 붙지 않는 사각팬티를 입는다.숨길 게 전혀 없다”

위키리크스 폭로로 미국 정부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을 벌이도록 지시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은근한 불쾌감을 표시했던 반 총장이 자신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며 투명성을 과시해 눈길을 끌었다.

반 총장은 15일(현지시간) 유엔출입기자단(UNCA) 연례 만찬에서 스크린을 통해 자신의 신발 사이즈와 약지 길이,신용카드 번호 등을 공개했다.이 만찬에는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로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던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참석했다.

위키리크스가 공개한 외교전문에는 유엔 주재 미국 외교관들이 유엔 지도자들의 신용카드 번호와 이메일 주소,전화 및 팩스 번호 등을 수집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 물의를 빚은 바 있다.

한편 이날 반 총장은 외계인을 만날 지구 대표 선정 과정을 설명하며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그는 “여러분들에게 오늘밤 특종을 드리겠다”고 운을 뗀 뒤,“나는 외계인을 만날 지구 대표를 선정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먼저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에게 전화했더니,“웁스,나는 그렇게 순진하지 않아요라고 말했다“며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히트곡을 흉내 냈다.

오프라 윈프리는 자신의 프로그램 시청률이 너무 높아 관심이 없었고,도널드 트럼프는 우주 개발 계획에만 의욕을 보여 “당신은 해고야(You’re fired)”라고 말했다고 전했다.“당신은 해고야”는 인기 리얼리티쇼 NBC ‘어프렌티스’에 출연 중인 트럼프가 단골로 하는 얘기다.

반 총장은 “레이디 가가를 볼 때 ‘그녀는 완벽해(레이디 가가의 히트곡)’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왕이든 대통령이든 누구든지 전화통화를 할 수 있는데 이번에는 안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반 총장은 그러나 결국 적격자를 찾았다면서,‘터미네이터’,‘프레데터’ 등에서 주연을 맡았던 아널드 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대기권 밖(outer space) 전권 대사’로 선정했다고 밝혔다.슈워제네거가 외계인과 어떻게 협상하는지를 알고 있는데다 업무 추진력이 탁월하다는 게 선정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반 총장은 연설을 마무리하며 “아이티 지진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는 등 올해는 도전의 한 해였다”며 “내년에는 수단과 코트디부아르,그리고 수많은 분쟁지역이 염려된다”고 말했다.그는 “UN은 항상 그곳에 희망의 등대로 있을 것”이라며 연설을 마쳤다.

유엔본부=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