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출 광부 인터뷰 통해 `불편한 진실' 드러나

전세계를 감동의 눈물바다로 만든 칠레 광부들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속속 전해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14일(현지시각) 지하 700m 지점에 매몰된지 69일만에 구조된 광부 33명 중 1명인 리차드 비야로엘(27)을 인터뷰, 그간 알려지지 않은 이들의 지하 생활상을 소개했다.

비야로엘은 69일간 절망과 환희, 분열과 단결을 바쁘게 오갔다고 소개하면서 "생존사실이 알려지기 전까지 17일 동안은 굶어 죽을 때를 기다리던 최악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8월5일 광산 붕괴 사고 직후 작업반장인 루이스 우르수아 주재로 열린 회의에서 음식을 공유하기로 합의했지만 하루 반 스푼의 참치 또는 연어로 연명한다는 것은 엄청난 고통이었다고 회상했다.

체중 12kg이 빠졌다고 밝힌 비야로엘은 17일간 영양 공급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체내에 축적된 에너지원을 짜내느라 비쩍 말라간 광부들의 당시 상황을 "스스로 자기 몸을 갉아먹는" 상태로 묘사했다.

그는 또 살기 위해 인육을 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은 거론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고 답했지만 "구조의 손길이 미친 직후 그것은 농담의 소재가 됐다"며 미묘한 여운을 남겼다.

아울러 비야로엘은 살기 위해 기름 냄새가 진하게 나는 오수를 먹어야 했던 기억도 전했다.

비야로엘은 작업반장 우르수아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우르수아가 동료들에게 운명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것을 주문했다면서 "그는 매일 우리더러 강해지라고 했다"며 "바깥 사람들이 우리를 발견하면 하는 것이고 안되면 할 수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또 모든 의사결정이 다수결을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비야로엘의 증언을 계기로 감동 드라마에 가려진 `불편한 진실'도 함께 전해지기 시작했다.

외부인들은 `혼연일치'의 표상으로 이들을 평가하지만 실제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 속에 의견 불일치와 몸싸움, 살기위해 서로 해치는 극한 상황에 대한 공포 등이 존재했다고 비야로엘은 전했다.

광부들이 구조될 것임을 알게 된 직후 지하에서 벌어진 모든 일을 비밀로 하자는 `혈맹'의 서약을 하면서까지 단결을 모색했지만 적지 않은 분열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광부들의 모습이 비디오카메라를 통해 처음 공개됐을 때 5명이 빠진 채 28명만 화면에 등장한 것이 분열의 한 단면이었다고 가디언은 소개했다.

가디언은 또 스페인 신문 `엘 파이스'를 인용, 화면에 나오지 않은 5명은 하도급 업자와 맺은 별도 계약에 따라 작업하던 사람들로 한때 독자적으로 터널을 파서 탈출할 궁리도 했었다고 보도했다.

광산 붕괴 직전에 광산을 빠져 나간 다니엘 산데르손은 매몰 광부로부터 받았다는 서신을 근거로 "33명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졌고, 주먹다툼도 있었다"고 전했다.

아울러 생활 공간의 크기를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전언도 나왔다.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