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에 매달 수백명씩 숨지는 참상 반복
인프라 미비로 국가 재건 요원

19일 오전 6시(현지시각), 이라크 주둔 미군의 마지막 전투여단인 제2 보병사단 제4 스트라이커 여단이 새벽녘 사막의 모래바람 속에서 국경을 넘어 쿠웨이트 영토에 진입했다.

2003년 3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후 7년 5개월 만에 이라크 전투 병력이 사실상 모두 철수하는 순간이었다.

이라크 주둔 미군의 작전명은 이날 부로 `이라크의 자유(Iraqi Freedom)'에서 `새로운 여명(New Dawn)'으로 바뀌었다.

전투병력 철수 이후에도 내년 말까지 주둔 예정인 미군 지원병력 5만명이 이라크군에 대한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며 이라크가 `새 시대'를 맞이하는 것을 돕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미 정부는 이날 전투병력 철수를 역사적인 순간으로 표현하며 승자로서의 기쁨을 만끽하는 모습이다.

필립 클로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라크가 주변국과 더욱 평화적인 토대 위에서 공존하고 우리의 이익 뿐 아니라 이라크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많은 것을 투자했다"며 "미국의 장기적인 약속은 확고부동했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이라크 주둔 미군의 조기 철군을 강조했던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웠던 미군 철군 작업이 예정대로 이행된데 고무된 모습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18일 백악관 홈페이지를 통해 "취임 직후 나는 이라크전을 책임감 있게 종료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라크에 있는 우리의 군대와 시민들의 훌륭한 성과 덕분에 전투 작전을 이달 말 종료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라크전으로 인해 10만명이 숨지고 200여 만명이 난민으로 전락한 이라크는 미군의 퇴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아랍권 보도 위성채널 알-자지라의 이라크 주재 특파원은 "종파 간 갈등이 커져 폭력사태가 늘어날까 걱정하면서 이라크군의 치안 유지 능력을 의심하는 분위기"라며 "이라크의 많은 국민은 지금이 미군 없이 홀로 남겨지기에 좋은 시기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을 일으킨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향해 신발을 날린 기자를 영웅시할 정도로 반미감정이 드센 이라크가 미군 철수에 환호할 수 없는 이유는 극심한 치안 불안이 지속되는 현실 때문이다.

이라크의 최근 치안 상황은 시아-수니파 간 갈등이 내전상황에까지 이르렀던 2006∼2007년과 비교하면 크게 나아진 편이지만, 무장세력의 폭탄공격은 여전히 거의 매일 반복되고 있으며 매달 수백명씩 숨지는 참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슬람 사원에 갈 때도, 시장의 한 귀퉁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길가에 주차된 차량이 폭탄 적재 차량은 아닐까 의심하게 되고, 차량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 계급의 이라크 사령관 마저 독자적 치안 유지 능력이 준비되지 않았다며 2020년까지 미군 주둔을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침공으로 사담 후세인의 철권 폭압 정권은 24년 만에 막을 내렸지만 이라크의 정국은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하다.

미국 등 서방 동맹군이 유엔 승인 없이 이라크를 침공하며 내세웠던 명분들은 허위였거나 대부분 달성하지 못한 채 혼란과 분열, 피폐만 남기고 떠난다는 비판론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이라크전 이후 최고조에 달했던 시아파와 수니파의 뿌리 깊은 갈등은 총선이 치러진지 5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새 정부 출범을 지연시키며 정치 공백 상황을 연장하고 있다.

`석유 위에 떠 있는 땅'이라고 불리며 세계 3위의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가 40도를 웃도는 폭염 속에서도 전력망 미비로 하루 6시간 정도만 전력을 사용할 수 있는 처지도 전쟁의 여파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알-자지라 특파원은 "서방 언론과 역사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전쟁을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겠지만 많은 이들은 앞으로 몇 년 간은 이라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바이연합뉴스) 강종구 특파원 iny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