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10년' 만회 기대감…中언론도 속보 전하며 관심
日 "한국에 큰 걱정거리 될 것"
[中ㆍ대만 경제통합…'차이완 시대' 개막] 대만 기업인들 "드디어 한국 추격할 발판 마련했다" 흥분

"드디어 한국을 추격할 발판을 마련했다. "(황츠펑 대만 해외무역위원회 이사) "한국과 전면전을 벌여 중국에서 한국 기업을 누르게 될 것이다. "(천톈즈 대만대 경제학과 교수)

29일 중국 충칭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이 체결되자 대만은 한국을 겨냥한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 관료부터 민간 경제학자,기업인에 이르기까지 한목소리로 '타도 한국'을 외친다. 대만은 한때 아시아의 용으로 불리며 고도성장을 구가했지만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한국에 크게 뒤처졌다. 그런 대만이 ECFA 체결을 계기로 잃어버린 10년을 만회하겠다며 벼르고 있는 것이다. 린이푸 세계은행 부총재는 "대만이 한국에 뒤진 것은 중국과의 관계가 멀어진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며 "양안관계 개선은 대만 경제 발전에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후중잉 대만경제회 부위원장은 이날 연합보와의 인터뷰에서 "ECFA 체결로 대만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을 따라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는 "ECFA 체결로 대만은 중국 시장에서 D램과 LCD 패널 등 주력 분야에서 한국보다 우월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다"며 "앞으로 한국은 대만을 '질투'하게 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류이주 대만 경제건설발전위원회 주임(장관)도 "한국은 올해 말이나 내년 초 중국과 FTA 협상을 시작하는 만큼 대만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평가했다. 류 위원장은 "한국은 아직 법인세가 22%로 17%인 대만보다 높다"며 "대만은 또 한국 기업보다 중국 시장을 더 잘 이해하는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왕우성 대만 기계산업협회 부회장은 "그동안 한국이 우리보다 먼저 중국과 FTA를 맺으면 업계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다"며 "다행히 우리가 먼저 협정을 체결해 한국을 누를 수 있게 됐다"고 안도했다. 그는 공작기계 부문을 예로 들며 "지난해 대만은 22억달러의 매출로 26억달러였던 한국에 이어 세계 6위였다"며 "그러나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무관세 수출을 할 수 있게 돼 내년에는 한국을 제치고 5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中ㆍ대만 경제통합…'차이완 시대' 개막] 대만 기업인들 "드디어 한국 추격할 발판 마련했다" 흥분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ECFA 체결에 대해 "양안 경제관계의 정상화,제도화,자율화의 이정표를 세운 중대한 조치로 양안관계의 새로운 역사적 장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4차 회담에서 양안이 ECFA에 서명하기로 합의한 사실을 하루 늦게 보도했던 신화통신은 이번 회담은 실시간 속보로 전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신화통신은 특히 "때가 되면 일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는 의미의 고사성어인 '과숙체락(瓜熟滯落 · 박이 익으면 꼭지가 떨어진다)'을 인용하면서 양안이 경제적 통합을 이룰 시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충칭 소피텔호텔에서 열린 제5차 양안 회담에서 중국 측 천윈린 해협양안관계협회 회장은 "ECFA 체결로 양안의 경제협력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다"며 "ECFA가 양안의 공동 발전과 중화문화의 발전,그리고 동족 간 정신적 유대관계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 측 장빙쿤 해협교류기금회 이사장도 "양안은 서로의 장점을 잘 활용함으로써 경제발전을 이루고 세계 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ECFA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과 중국이 추가 협상을 통해 무관세 품목을 계속 늘릴 예정이어서 한국과 일본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양안 경협에 자극받은 일본과 한국이 중국과의 FTA(자유무역협상)를 서두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의 유명 경제학자인 오마에 겐이치는 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양안의 긴밀한 협력은 중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한국에는 큰 걱정거리가 될 것"이라며 "특히 중국의 노동력과 대만의 기술력이 결합한 전자산업은 한국과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오마에는 그러나 "대만 정부는 기업들의 중국 진출을 돕기 위해 훨씬 더 개방적인 정책을 펴야 한다"며 "만일 대만 기업들이 대거 중국으로 옮겨간다면 대만 경제는 오히려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태완/이유정 기자 tw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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