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부 공업도시인 선전시가 오는 7월부터 최저임금을 월 1100위안(약18만7000원)으로 15.8% 올리기로 했다고 10일 발표했다. 이 지역에 있는 폭스콘의 파격적인 임금 인상과 대만계 메리전자의 파업 등에 이어 나온 조치여서 선전시 기업들의 임금 상승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당장 중국에 있는 외자 기업 중 상당수가 공장을 폐쇄하거나 해외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중국을 거점으로 한 다국적기업의 글로벌공급망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임금 인상이 제품가격에 반영돼 중국발 세계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반면 근로자의 소비 증가에 따른 내수시장 성장으로 중국의 수입이 늘어 글로벌 경제의 불균형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인플레이션 수출과 외자기업 구조조정

폭스콘은 최근 "근로자 임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덜기 위해 고객사들과 제품 공급가격 협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미 월 900위안이던 급여를 오는 10월1일부터 2000위안으로 올리기로 했었다. 폭스콘의 임금 상승분이 제품가격에 반영되면 이 회사가 수탁생산하는 애플 델 휴렛팩커드 노키아 모토로라 등의 정보기술(IT)제품 소비자가격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오르는 상황에서 위안화 절상까지 이뤄질 경우 글로벌 경제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에 큰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최대 공업단지인 주장삼각주에선 최근 5년간 임금이 60% 이상 오르면서 의류 신발 전자제품 등의 가격이 꾸준히 상승했다. 중국발 임금 상승이 세계경제에 인플레이션을 몰고 오는 '차이나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중국이 저가제품을 세계에 공급함으로써 해외 각국이 인플레 없이도 저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얘기다.

임금 인상이 생산성 향상을 동반하지 못할 경우 기업은 두 가지 선택의 기로에 선다. 하나는 제품가격을 올려 임금상승분을 고객에게 전가하는 것이고,다른 하나는 순익 감소로 도태되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전자제품 수탁생산업체인 폭스콘이 전자라면 중국 내 수많은 저부가가치 기업들은 후자에 해당된다. 다니 라우 홍콩중소기업협회장은 "주장삼각주 지역에 있는 5만여개의 홍콩 공장 중 최소 2000~3000개가 올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주장삼각주에 있는 홍콩 투자기업 중 37%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해외를 비롯한 다른 곳으로의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메리 갈라허 미시간대 교수는 "중국은 거대한 내수시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이 쉽게 다른 나라로 옮기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도 적기에 원부자재를 구할 수 있는 산업 클러스터(집적단지) 때문에 중국이 세계 공장의 위치를 쉽게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세계시장 만들어 무역마찰 해소

"중국 노동자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진다는 것은 외자기업들에도 좋은 뉴스다. " 신화통신은 지난 9일 중국 주요 도시의 최저임금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이런 분석을 내놨다. 중국 근로자들이 돈을 많이 벌어 소비를 늘리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외자기업들에 이익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주중국 미상공회의소 회원사들을 보면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기업이 58%에 이르는 반면 수출을 지향하는 기업은 14%에 불과했다. 지니 옌 스탠다드차타드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최저임금의 상승이 내수시장을 0.2%포인트 성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미국과 유럽은 중국에 대해 무역흑자를 줄이고 더 많은 소비를 해서 글로벌 경제에 도움을 줘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위안화 절상 요구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노동자들의 임금 상승을 사회안정과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는 다목적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