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4일 개막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는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공동선언 외 뚜렷한 합의문을 이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은행세,볼커룰,글로벌 불균형 해소방안 등은 견해차가 상당한 편이며 일부 국가는 공식 회의 시작 전부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반면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금융안전망(Financial Safety Net)구축은 상당수 국가들이 적극적인 협조 의사를 보였다.

◆은행세와 글로벌 금융안전망

은행세는 이번 회의에서 가장 관심이 높은 이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올초 금융위기를 몰고 온 주역인 은행에 책임을 묻기 위해 제안한 방안이다. 지난 4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비예금성 부채에 세금을 매기는 금융안정분담금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이익과 보너스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융활동세 등 두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와 거리가 먼 캐나다와 호주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짐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은 이날 김해공항 입국 과정에서 기자들과 만나 반대 입장을 다시한번 확인했다. 반면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개별 양자회담을 갖고 "은행세 등 금융규제 강화가 G20 핵심과제로 늦어도 11월 서울 정상회의까지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기자회견을 갖고 "G20 회원국 간 은행세에 이견이 있어 부산 회의에서 합의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올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제기한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은 여러 국가들이 공감을 표시했다. 글로벌 금융안전망이란 외부 충격으로 신흥시장국의 외환 · 금융시장이 요동치지 않도록 시스템을 설계하자는 것.회의 의장을 맡은 윤 장관은 이날 공식 행사 전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과 만나 금융안전망에 대해 협조를 부탁했다. 이에 대해 가이트너 장관은 "한국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은행세에 대해 반대 입장인 플래허티 캐나다 재무장관도 윤 장관과의 사전 미팅에서 "금융안전망 구축 필요성에는 적극 동의한다"고 말했다.

가장 유력한 방안은 다자 간 통화스와프의 제도화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31일 한은 국제컨퍼런스에서 "양자 간 통화스와프나 국제통화기금의 대출제도(FCL) 등은 한계가 있으며 다자 간 통화스와프가 이런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란 요지의 발언을 했다.

◆볼커룰과 은행 건전성 강화

지난 1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도입의사를 밝힌 볼커룰도 상당한 토론이 필요한 주제다. 볼커룰의 핵심은 상업은행 업무와 투자은행 업무를 구분함으로써 은행의 위험 투자를 제한하고,금융회사 인수 · 합병(M&A) 승인 검토 때 규모를 보겠다는 것.문제는 유니버설 은행의 전통을 갖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부정적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는 점이다. 유니버설 은행이란 한 금융회사 안에 상업은행,투자은행,보험 등 여러 부문을 함께 두는 것을 말한다. 볼커룰이 국제 기준이 되면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유럽의 생각이다. 때문에 이번 부산회의는 물론이고 올해 중 국제 기준으로 도입될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은행 자본건전성의 경우 현재까지는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등을 모두 감안해 자기자본이 위험자산의 8% 이상(BIS비율 8%룰)이면 된다. 하지만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후순위채 신종자본증권 우선주 등을 모두 제외하고 보통주 중심의 BIS비율(Core Tier1비율) 도입을 천명했다. 지금은 새 BIS비율을 기초로 은행의 감당능력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새 자본건전성 비율을 확정하는 시점은 내년 초까지로 정해졌지만 최대한 앞당기면 11월 서울 G20정상회의에서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글로벌 불균형과 재정건전성

미국 등 선진국들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해 중국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리는 글로벌 불균형이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지난 3월부터 지속적으로 평가절상을 중국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라며 거부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견해차가 워낙 커 당장 합의에 이르기 쉽지 않다"며 "그러나 중국이나 미국 모두 판을 깰 생각은 없어 논의는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핵심 이슈로 떠오른 재정건전성 강화는 별 이견이 없다.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윤 장관과의 개별 면담에서 "고부채 국가의 경우 긴축을 위한 국내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G20 차원의 국제공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우존스는 이번 부산 회의 결과 발표될 코뮈니케(합의문)에 지속가능한 균형성장 수준에서 재정건전화를 촉구하는 내용이 포함될 것이라고 지난 3일 보도했다.

박준동/부산=유승호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