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멕시코만 원유 유출 차단 시도가 거듭 실패하고 있다. 원유 유출이 최소 8월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멕시코만 해안 지역의 피해가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AP통신은 30일 "영국의 BP가 원유 유출을 막기 위해 사흘 동안 시도했던 '톱 킬' 작전이 실패했다"며 "BP가 로봇을 동원한 새로운 대안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톱 킬'은 원유가 솟아나오는 곳에 점토 성분의 액체를 밀어넣어 유출을 막는 방식이다. BP는 앞서 "톱 킬의 성공률이 60~70% 정도 될 것"이라고 밝혀 원유 유출이 진정 국면을 맞을 것으로 기대됐었다. BP는 이번 톱 킬 방식을 비롯해 원유 유출 장소에 소형 돔을 설치하는 '톱 해트' 방식과 고체 폐기물을 쏟아부어 막는 '정크 샷' 방식을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했다. 덕 서틀스 BP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이날 "이 방식들은 땅 위에선 시도해본 적이 있지만 5000피트(약 1500m) 깊이에서는 처음"이라고 실패 이유를 밝혔다.

BP가 내놓은 새 대안은 로봇 잠수함을 투입해 손상된 파이프를 절단하고 차단 밸브를 덮어씌우는 방식이다. 전문가들은 파이프를 절단하는 이 방법이 "매우 위험한 방식"이라며 "자칫 상황이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원유 유출 사태는 원유의 분출 압력을 낮추기 위해 다른 곳에 새 유정을 뚫는 감압 유정이 완료되는 8월까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유출량은 한 달 전 사고 초기에는 하루 5000배럴이었지만 현재는 1만2000~1만9000배럴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유출된 원유는 이미 멕시코만 해안까지 도달해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앨라배마 플로리다 등 4개주의 바닷가와 늪지대를 뒤덮으면서 심각한 환경 재앙과 경제적 손실을 불러오고 있다. 어민들은 BP의 톱 킬 방식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모든 삶의 희망을 잃어버렸다"며 절망하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외신은 이달 초 멕시코만의 어업 관광 환경 등의 피해액이 16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는데 이 같은 손실은 원유 유출이 장기화되면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날 BP의 실패 소식을 접하고 "비통할 만큼 격분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