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DR콩고) 수도 킨샤사 곳곳에는 중국 중톄(中鐵)유한공사의 굴착기가 먼지를 뿜어내고 있다. 2008년 4월 중톄가 DR콩고와 '자원-인프라 연계 계약'을 체결한 데 따른 공사 현장이다. 중톄는 DR콩고에 300㎞의 간선도로,2000세대 주택,주요 도시의 도로 · 병원 · 직업훈련원 등을 지어주고 그 대가로 19억달러 가치로 평가받는 구리 및 코발트 광산 개발권을 따냈다.

한국의 태주종합철강이 DR콩고 정부와 논의하고 있는 18억달러 규모의 자원-인프라 연계 협상도 이런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설철희 태주종합철강 콩고지사장은 "국내 컨소시엄 구성이 거의 마무리됐고 구리광산의 경제성을 최종 점검하고 있다"면서도 "이제는 파이낸싱이라는 고비를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구리광산을 당장 현금화할 수 없는만큼 금융기관 등으로부터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받아야 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의 '통큰' 파이낸싱

반면 중톄는 자금조달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곧바로 사업에 착수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이 DR콩고에 차관을 주고,DR콩고가 이 돈으로 중톄에 공사대금을 지불하기 때문이다. 겉으론 차관이지만 실제로는 중국수출입은행이 중톄 측에 공사대금을 곧바로 주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국은행은 중톄가 개발하는 자원을 팔아 벌어들인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받는다.

물론 중국은행의 '통큰' 파이낸싱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기에 가능하다. DR콩고와 간선도로 건설사업을 협상하고 있는 동명기술공단의 이융희 전무는 "한국 민간업체와 비교하면 중국 업체들의 파이낸싱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격"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아프리카 직접투자 규모는 2003년 4억9100만달러에서 2008년 78억달러,작년 9월 현재 87억달러로 뛰어올랐다. 3대 국영 에너지기업(CNPC · Sinopec · CNOOC)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 국영기업은 원자바오 총리가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가에너지위원회의 지휘를 받는다.

◆정부,아프리카 금융 지원 강화

한국 정부도 최근 '한 · 아프리카 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금융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유 · 무상 원조를 늘리고 민간 기업의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출신용 지원을 확대한다는 게 골자다.

한국수출입은행은 지난해 3조3000억원이었던 여신을 2012년까지 5조1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지난해 4700억원에 그쳤던 아프리카 여신을 올해 6000억원,2012년 8700억원으로 증액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실적이 전무했던 수출보험공사의 아프리카 수출신용도 올해 3000억원,2012년에 6000억원으로 순차적으로 확대키로 했다. 해외 건설 및 인프라 진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2012년까지 2조원 규모의 글로벌 인프라 펀드도 조성한다.

정부의 이 같은 금융 지원 확대 방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아직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짐바브웨로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중소업체 K사장은 올해 초 수출 규모를 확대하려고 수출금융기관에 수출보험을 신청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짐바브웨가'투자 부적격 국가'여서 규정상 수출보험을 취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프리카 신용평가 강화해야

중소기업 역시 아프리카 진출시 가장 큰 애로사항이 금융이다. 수출을 할 때는 리스크 방지 등을 위해 수출금융기관의 수출보험이 뒷받침돼야 하는데,신용등급이 낮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제한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국가의 신용등급을 조사하는 곳은 국내 은행 가운데 수출입은행이 유일하다. 아프리카 진출 중소기업 관계자들은 "수출입은행의 신용도 조사가 지나치게 엄격할 뿐만 아니라 현지의 급박한 경제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도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원유 생산에 힘입어 1인당 국내총생산이 3만달러가 넘는 적도기니는 짐바브웨,잠비아,수단,차드,코트디부아르와 마찬가지로 최하위 등급(거래불가)으로 분류돼 있다.

수출입은행의 국가 신용도 평가는 주로 S&P 등 국제신용평가회사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보고서 등을 참고한다. 현지 조사를 나갈 때도 있지만 제한적이다. 특히 현지 기업에 대한 신용평가는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 남아공으로 석유제품을 수출하는 중소업체 관계자는 "무슬림계 기업들은 교리에 따라 차입경영을 하지 않아 은행에서 해당 기업의 재무 자료를 갖고 있지 않다"며 "이런 기업에 대해 신용평가를 의뢰하면 재무제표 입수 불가라는 이유로 신용도가 낮게 나올 때도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수출금융기관의 신용조사를 강화해야 할 뿐만 아니라 정책적으로 수출보증을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라레(짐바브웨) · 킨샤사(DR콩고)=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