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S&P,피치로 대표되는 국제 신용평가사는 경제산업계에서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이들이 휘두른 국가신용등급 낮추기와 올리기에 한국의 기업들과 정부도 울고 웃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무디스는 설립 역사가 100년이 넘고 S&P도 100년에 가깝다. 피치는 합병으로 덩치를 키워 급부상했다. 그런 '심판자들'에 규제와 감독이라는 이름의 칼날이 가해진다.

미국 상원은 13일 표결에서 신용평가사 규제 · 감독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찬성 64표,반대 35표로 통과시켰다. 상원 전체회의에서 가결된 뒤 하원의 금융감독개혁 법안과 절충을 통해 최종 표결되면 신용평가업계는 일대 격변을 맞게 된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와 국제증권관리위원회(IOSCO)도 신용평가사 개혁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미 상원이 채택한 법안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감독을 받는 채권평가위원회를 신설하는 게 핵심이다. 이 위원회는 금융사들이 발행하는 채권,자산담보부증권(ABS) 등 금융상품에 대한 신용평가를 담당할 평가사를 지정한다. 위원 가운데 절반 이상은 투자자들이 참여토록 하고 신용평가사와 금융사에서도 최소한 각각 1명씩 위원을 두게 했다. 위원회는 평가사들의 신용등급 산정이 정확했는지 여부를 매년 평가해 보고서를 발표해야 한다.

법안은 또 신용평가사들의 수수료 책정이 적정한지를 판단해 시정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SEC에 줬다. 신용평가업계의 문턱을 대폭 낮춰 중소형 신용평가사들이 수월하게 진입할 수 있도록 경쟁체제를 강화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의 반발은 크다. S&P와 무디스는 "시장경쟁이 사라지게 돼 신용평가사들이 새로운 첨단 평가모델을 개발하려는 유인이 없어지고,회사들 간 신용평가 의견이 유사해지는 부작용이 초래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SEC와 캘리포니아 주정부 등이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골드만삭스,씨티그룹,모건스탠리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 6곳의 지방채권 신용부도스와프(CDS) 거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당국은 투자은행이 지방채를 고객에게 판매한 뒤 자신들은 채권 가격이 떨어지면 이익을 얻는 쪽으로 투자해 차익을 챙겼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