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의 최고기술담당 임원(CTO)인 마크 핀토는 지난 1월 가족과 함께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베이징으로 이사했다.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가 중국에 진출한 지 25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 주재 CTO가 된 핀토는 "중국의 에너지 시장을 보고 자원한 것"이라며 "지난해 10월 시안에 태양에너지 연구소를 세운 데 이어 지난달에는 정기주총도 시안에서 개최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는 벤츠의 수석 디자이너 올리비에 블레이도 도쿄에서 베이징으로 근무지를 옮겼다. 그는 "베이징에서 세계 자동차의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세계 인재들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은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할 만큼 경제가 고성장한 덕분이다. "중국이 전 세계 우수 인재의 일자리 천국이 되고 있다"(대만 관영 중앙통신사)는 평가까지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외국 기업 인재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달 초 골드만삭스 중국담당 회장에서 물러난 프레드 후는 인민은행 부행장 설이,리장 도이치뱅크 아시아태평양 담당 회장은 중국 공상은행 부행장 설이 계속 나돌고 있다(차이나데일리).허쥔 안바우드컨설팅 수석애널리스트는 "프레드 후가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특별고문으로 자리를 옮긴 주민 인민은행 부행장 자리를 이어받으면서 연공서열식 중국의 관료임명제 개혁과 금융 개방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해외 인재를 국영기업 등의 요직에 영입하기 위한 '1000인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난징시가 독자적으로 세계적인 인재 유치를 위해 1인당 300만~500만위안(5억1000만~8억5000만원)의 보조금을 주겠다고 나서는 등 지방정부 차원의 해외 인재 유치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인재 블랙홀이 외국 기업의 기술인재 유출로 변질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 바이두가 최근 구글 중국연구소 부소장 출신인 왕진을 영입한 것은 구글에 큰 타격이 될 것이라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보도는 그런 맥락이다. 왕 전 부소장은 2000년 구글이 중국에 진출할 때 발탁된 핵심 인재로 최근 사직했다.


특별취재팀

조주현 특파원 오광진 강은구 김태완 주용석 박동휘 안정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