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삿포로맥주의 최대 주주인 미국의 헤지펀드 스틸파트너스가 실적 부진을 이유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물갈이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9일 보도했다.

삿포로홀딩스의 지분 18%를 보유한 스틸파트너스는 실적 부진을 이유로 무라카미 다카오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 10명 가운데 6명의 퇴임을 요구했다. 스틸파트너스는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을 경우 2만7000명의 개인과 법인 주주의 의결권을 위임받아 주주총회(주총)에서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삿포로홀딩스는 주총에서 의결권 과반수를 확보해 무라카미 사장을 재임시키기로 하고,스틸파트너스를 제외한 대주주를 중심으로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기로 했다. 현재 삿포로홀딩스의 외국인 지분은 32%,국내 주주는 78%다. 따라서 스틸파트너스가 의도대로 경영권을 물갈이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스틸파트너스와 삿포로홀딩스는 2007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이미 회사 경영을 둘러싸고 분쟁을 빚었다. 스틸파트너스는 삿포로에 대해 과거 7년간 실적 목표에 미달한 데다 일본 국내 맥주 4사 가운데 3위에서 꼴찌로 전락했고,주가 하락으로 평가손을 보고 있다며 경영 쇄신을 요구하고 있다.

1993년 기업사냥꾼인 워런 리히텐슈타인 대표(45)가 뉴욕에서 설립한 스틸파트너스는 일본 내 40개 기업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삿포로맥주 불독소스 등 일본 주요 대기업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며 주주행동주의 활동을 이어왔다. 2006년 1월엔 칼 아이칸과 손잡고 KT&G에 대한 경영개입 시도로 한국 시장에 파란을 몰고 오기도 했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지난해 자산 규모가 40%가량 급감하는 등 부진을 보였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