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체방크 "그리스, 큰 규모 지하경제가 침체기 경제 도와"
"오스트리아 등 아주 정직한 경제도 잘 돼..결론은 정직"

한 나라가 경제 침체기를 잘 극복해 나가려면 그 나라 국민이 아주 정직하거나 매우 부패하거나 해야 한다?
독일의 도이체 방크는 1930년대 대공황기 이래 최악의 경제 침체기였던 올해 유럽 경제를 분석한 결과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경제', 즉 지하경제가 만연한 그리스와 지하경제가 거의 없는 "특히 정직한" 오스트리아, 프랑스, 네덜란드의 경제 위축이 상대적으로 덜 했다며 이같은 결론을 내놓았다고 파아낸셜타임스 인터넷판이 27일 보도했다.

'그림자 경제'란 건축업 등 부업에 따른 소득의 신고 누락, 무전표 현금 거래, 송장 미제출, 탈세, 마약거래 등의 불법활동 등을 포괄하는 경제활동을 일컫는다.

그리스의 경우 게오르게 파판드레우 총리가 최근 그리스 공직사회에 부패가 만연했다고 개탄할 정도이지만 올해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률은 1%에 그쳐 유럽연합(EU) 전체의 마이너스 4%에 비해 선방했다.

그리스처럼 그렇게 부패하지도, 그렇다고 오스트리아만큼 그렇게 정직하지도 않은 어중간한 독일 경제는 "최악의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리스처럼 "성공적인" 나라들을 따라서 "부업 페인트공에게 거실만 맡기지 말고 아예 집 전체를 새로 짓도록 맡기든지" 아니면 오스트리아 등처럼 "도덕의 길"을 걷는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도이체 방크의 보고서는 지적했다.

이 은행의 계산에 따르면 지하경제 규모가 공식 국내총생산(GDP)의 14.3318%를 차지할 때가 가장 경제에 좋지 않은데, 독일은 14.6%라는 것.
도이체 방크는 자신들의 이러한 연구 결과를 전적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말라면서도, 최악의 경제실적을 보인 나라들은 국민들이 "오스트리아 국민처럼 완벽하게 정직한 직업윤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그리스 국민처럼 국가의 소득감시를 피해나가기 위해 지대한 노력을 기울이지도 않는"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지하경제 규모가 아주 작든지 크려면 아주 큰 게 침체기 경제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는 이유를 이 보고서 필자인 세바스챤 쿱시 자신도 "명쾌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 가지 가능한 가설은 잘 작동하는 경제의 비공식 부문이 공식 부문의 실업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능을 할 수 있고, 반대로 전 사회적인 정직도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나은 결과를 낳는다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린츠대학의 지하경제 전문가 프리드리히 슈나이더 교수는 경제 침체기에 대규모 지하경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지했다.

"사람들이 가욋돈을 벌려고 지하경제에서 일할 때는 저축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그 돈은 소비재를 사는 데 쓰이게 되므로 수요를 늘리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
슈나이더 교수는 그러나 정직을 장려하는 것으로도 경제를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이 국가로부터 공정한 처우를 받고 있으며, 자신들이 낸 세금만큼 좋은 재화와 서비스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세금을 더 잘 내게 되고 그 결과 재정수입이 증대한다"고 그는 설명했다.

도이체 방크는 독일 경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로 부패와 정직 두 대안을 제시했지만 결론적으로 명확히 제시한 처방은 정직이다.

금융시장 위기는 "윤리와 품위가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에 핵심"임을 보여줬다고 도이체 방크는 결론을 내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하고, 그리스가 부패로 겪는 고통도 이러한 결론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어도 무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