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기구 "가자지구 `진흙 시대'로 복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27일 가자지구 전쟁 1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고 이스라엘에 대한 `저항'을 이어갈 것을 다짐했다.

하마스의 고위 지도자인 아흐메드 바하르는 이날 지난 전쟁 때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맞서 싸우다가 전사한 사람들의 이름이 새겨진 기념비의 제막식에서 "가자지구는 추악하고 파괴적인 전쟁에서 무너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바하르는 또 "우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녀들에게 시온주의자들의 범죄적 점령을 물리칠 수 있도록 단결하고 저항의 참호 구축에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1년 전 이스라엘 공군기의 폭격이 시작된 오전 11시 20분에 가자지구 전역에 전몰자 추모 사이렌을 울리는 것을 시작으로, 여러 가지 기념행사를 열고 있으며, 이날 저녁에는 하마스 정부 총리인 이스마일 하니야의 TV 연설이 예정돼 있다.

이스라엘은 토요일이었던 지난해 12월 27일 전투기 60대를 동원, 가자지구의 주요 시설물을 기습적으로 폭격했으며, 이로 인해 당일에만 225명의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인 휴전 발표가 발효된 올해 1월 18일까지 3주일간 지속된 이 전쟁에서 팔레스타인인은 1천400여 명이 숨졌고, 이스라엘인은 13명이 사망했다.

가자지구 응급구조대의 책임자인 무아위야 하사네인 박사는 "전쟁 기간은 암흑의 나날이었다"며 "모든 거리와 뒷골목에서 살인이 벌어졌다"고 AFP 통신에 말했다.

유엔 인권이사회는 지난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낸 리처드 골드스톤 판사 조사팀의 보고서를 승인한 바 있다.

이스라엘의 봉쇄 정책으로 가자지구에 건축자재가 원활히 반입되지 않는 바람에 지난 전쟁 때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난민 수만명은 친척집에 얹혀살거나 천막에서 겨울을 나고 있다.

이에 따라 팔레스타인 난민기구(UNRWA)는 최근 진흙집을 지어 난민에게 분양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UNRWA의 크리스토퍼 구니스 대변인은 "가자지구의 건축자재 반입 규제가 이어진다면 지난 전쟁 때 파괴된 집을 복구하는 데 530년이 걸릴 것"이라며 "전쟁으로 황폐화된 가자지구는 `석기 시대'가 아닌, `진흙 시대'로 복귀했다"고 말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