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중국의 대표적 반체제 인사인 류샤오보 변호사(54 · 사진)에 대한 재판이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부인과 외국 외교관의 참관이 불허된 채 진행돼 '오만한 중국'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법정 밖에서는 류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표시한 사람들이 공안(경찰)에 끌려가 또 다른 인권탄압 논란도 낳고 있다.

류 변호사는 지난해 정치개혁을 요구한 '08 헌장' 발표를 주도,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지난 1년간 알 수 없는 장소에서 구금 상태로 조사를 받아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류 변호사가 재판에서 "표현의 자유로 인해 박해받는 마지막 피해자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류 변호사는 1989년 톈안먼 사태로 20개월간 수감됐고,1996년부터는 3년간 재교육센터(노동교화소)에 갇히기도 했다. 그는 매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기도 하다.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는 류 변호사에 대한 중국의 재판은 과거 톈안먼 사태 관련자 재판 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톈안먼 사태의 주도자였던 왕단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방중하기 두 달 전 망명이 허용돼 미국의 압력을 중국 정부가 수용했지만 이번엔 어떤 비판이나 압력도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이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올라섰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과학원 쉬유위 교수는 "중국은 이제 중국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인권 등 보편적 가치에 대한 존중이 없다면 중국에 대한 세계의 비판은 지속될 것이라고 익명의 한 서방 외교관은 우려를 표명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