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1939~1945) 당시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을 지시한 아돌프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독일이 1차대전에서 패한 것은 바로 유대인들이 '승리'를 탈취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하면서 유대인에 대한 뿌리 깊은 증오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0일 독일 역사학자이자 언론인인 요아킴 리커 박사가 '11월 9일: 세계1차대전은 어떻게 홀로코스트(대학살)을 이끌어 냈나'라는 책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고 전했다.

리커 박사는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 핵심은 독일의 1차 대전 패배"라면서 "그는 군주제가 폐지되고 수백만명이 파멸하는 결과를 가져온 패전은 유대인의 탓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리커 박사는 이 같은 피해의식이 1907년 유방암으로 사망한 어머니 클라라의 죽음으로 생겨난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와 결합하면서 무시무시한 증오를 키웠다고 설명했다.

당시 뮌헨에 거주했던 히틀러는 1918년 11월9일 군주제 붕괴에 유대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을 목격했고 그에게는 유대인은 독일 '내부의 독'의 원인으로 승리를 훔쳐갔다는 망상이 갑자기 생겨났다.

그래서 "이성이 마비된 히틀러는 '유방암의 독' 때문에 사랑하는 어머니를 잃은 것처럼 '유대인의 독'이 1918년 조국 독일에 같은 짓을 자행했다고 확신했다"는 것이다.

이전부터 히틀러의 유대인 혐오가 유대인 의사 에두아르드 블로흐가 클라라를 치료하는 데 실패한 데서 비롯됐다는 주장을 펼쳐 온 리커 박사는, 유대인 혐오와 블로흐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저자는 한 독재자가 어떻게 유대인 수백만명을 살해하는 살인자로 급변했는가에 대한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히틀러의 공적, 사적 연설을 면밀히 조사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air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