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새로운 립스틱 자국"

남편의 와이셔츠 깃에 립스틱 자국이 묻어 있을 때 부인은 이를 바람 핀 증거로 들이댄다.

뉴욕타임스(NYT)는 9일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에서 나타난 것 처럼 문자 메시지가 립스틱 자국이나 잘못 방치해둔 카드 영수증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외도의 증거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우즈의 불륜 스캔들이 선정적 매체인 타블로이드 신문들에 의해 그와 잠자리를 함께 했다는 여성들의 문자 메시지가 공개되면서 적나라하게 벗겨지고 있듯이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것 같은 문자 메시지의 족적은 꽤 오래 남게 된다는 것이다.

문자 메시지가 불륜의 증거로 활용된 것도 우즈가 처음은 아니다.

여비서와 스캔들을 일으킨 쾀 킬패트릭 전 디트로이트시장은 법정에서 문자 메시지 내용이 폭로되면서 거짓 증언 등의 혐의로 감옥에 갔고, 짐 기본스 네바다주 주지사도 지난 봄 이혼소송에서 정부와 800통의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은 사실이 드러나 패소했다.

자신의 선거 참모와 불륜 관계가 드러나 당직을 사퇴한 공화당의 존 엔자인 상원의원도 휴대전화 때문에 정부의 남편에게 불륜 사실이 드러난 케이스다.

엔자인의 오랜 친구이자 정부의 남편인 더그 햄톤은 최근 ABC 방송에 출연해 2007년 말에 엔자인의 휴대전화를 빌려서 아내 신시아 햄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휴대전화 목록에 아내의 번호가 `쥬디 아줌마'로 등록돼 있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의 관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고 말한 바 있다.

컴퓨터 이메일 사용자들은 대개 메시지를 삭제한 후에도 컴퓨터에 그 내용이 남는 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는 매우 순간적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문자를 입력하고 `센드' 버튼을 누른 뒤 삭제하면 모든 것이 사라진다고 믿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메시지는 삭제 버튼을 눌러도 송.수신자의 휴대전화에 그대로 남아있게 된다.

통신회사인 AT&T는 텍스트 메시지를 72시간 동안 저장하고 있고, 버라이전의 경우 5-10일까지 자동 보관한다.

이로 인해 최근 이혼관련 소송을 다루는 변호사들은 문자 메시지와 브라우징 히스토리, 소셜 네트워크 등 전자 증거를 소송에서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닐슨 컴퍼니의 자료에 따르면 현재 미국에서 문자메시지는 음성메시지 보다 3배 가량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월간 사용량도 1인당 584건에 달해 1년전에 비해 무려 6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