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이산화탄소 등 6가지 온실가스를 인간과 환경에 실질적 위협을 주는 '공공의 적'이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미국은 이로써 온실가스 배출을 본격 규제할 근거를 마련했다. 특히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고 있는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교토의정서를 대체할 합의를 도출하도록 상당한 압박도 가할 수 있게 됐다.

리사 잭슨 미국 환경보호청(EPA) 청장은 7일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6개 온실가스(이산화탄소 메탄 아산화질소 수소불화탄소 과불화탄소 육불화황)를 정부 규제를 받는 오염물질로 규정하는 시행령에 서명했다. 잭슨 청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증거들에 기반해 EPA는 이제 온실가스를 줄일 의무와 권한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EPA는 기존 청정대기법을 바탕으로 온실가스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온실가스 배출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내년 1월 미국 전역에서 온실가스를 대량 배출하는 시설을 등록시킬 예정이다.

이번 발표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온실가스 배출국임에도 그동안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 회피에만 급급해 왔다는 비난을 받아온 미국에 '그린 리더십 강화'라는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줄 것으로 평가된다. 또 미국 내에서는 의회가 계류 중인 기후변화 법안을 조속히 통과시키도록 압박할 전망이다. 뉴욕타임스 등은 의회가 기후변화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정부가 직접 규제 권한을 행사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에 대해 미국 상공회의소와 제조업협회는 온실가스 규제가 경기 침체기에 에너지 가격과 제조업계의 비용을 상승시키고 실업 사태를 더욱 악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유럽연합(EU)도 코펜하겐 총회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총회 개막 전 온실가스 배출을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20% 줄인다는 감축목표를 내놓았던 EU는 합의 도출을 위해 목표치를 30%로 끌어올리겠다는 카드를 제시했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개발도상국 그룹도 이에 대응해 내년 6월까지 새로운 기후변화 협약이 정식 채택돼야 한다는 별도 입장 표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8일부터 시작된 실무자급 협의는 선진국의 개도국 지원 규모를 둘러싸고 갈등이 이어졌다. 아프리카개발은행(AfDB)은 선진국들이 매년 400억달러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선진국들은 3년간 매년 100억달러씩 줄 수 있다고 밝혀 견해차를 보였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이미아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