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참사 후 휴대전화 이용 사기까지 기승

지난 6일 오후 러시아 극동 시베리아 안가르스크에 있는 원유 정제 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국영 석유 기업 로스네프티 소유의 이 공장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원유 정제 공장이다.

휘발유와 디젤 등 200여 가지의 석유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어서 화재나 폭발사고시 엄청난 대형 피해가 우려되는 곳이다.

국영 TV와 라디오 등의 긴급 뉴스를 통해 폭발 사고 소식을 접한 러시아 국민들의 가슴은 철렁했다.

그러나 7일 아침 뉴스로 다행히 사망자가 1명 뿐이며 추가 폭발 위험이나 유독 가스 배출 우려는 없다고 전해지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국은 고압 펌프에서 수소가 유출돼 폭발이 인 것으로 일단 추정하고 공장 관계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원인 규명에 나섰다.

최근 한 주가 멀다고 터지는 대형 참사 소식에 러시아 국민들은 이제 `폭발(브즈르프)'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거의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대수롭지 않은 사고라도 움찔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달 27일 발생한 열차 테러 사건으로 27명이 숨지고 90여 명이 부상한 데 이어 5일 새벽 나이트클럽 폭발사고로 이날 현재 112명이 사망하고 123명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열차 테러 사건 이후 일부 모스크바 시내 대형 쇼핑몰에서는 테러 등 비상사태 발생 시 즉각 대피하고 의심 물질을 발견하면 경비원에게 신고하라는 내용의 안내 방송을 5분 간격으로 하고 있다.

6일 가족과 쇼핑 나온 올가(35.여) 씨는 "이런 안내 방송은 처음인데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이렇게 할 수 밖에 없는지 잘 알고 있다.

쇼핑도 되도록 빨리 끝내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런가 하면 잇단 참사로 전 국민이 슬픔에 잠겨 있는 가운데 한편에서는 전화 사기범들이 기승을 부려 유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고 7일 콤소몰스카야 프라브다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나이트클럽 사고 후 사고가 일어난 페름시 주민들에게 이상한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고 시작했다.

내용은 "지금 심각한 화상을 입고 병원에 입원했다.

휴대전화에 돈이 없으니 요금을 충전해 달라" 는 것.
물론 문자 메시지를 이용한 사기 수법은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대부분이 속지 않지만, 이번 화재 사건 이후 바로 이 문자가 퍼지면서 피해자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열차 테러 사건 때에도 모스크바에 테러 피해자를 위한 모금을 가장한 유료 문자 메시지를 요구하는 사기 수법이 기승을 부렸다.

이때 역시 많은 모스크바 시민들이 테러 피해자들을 도와준다고 믿고 의심 없이 유료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나이트클럽 참사와 관련해 7일 하루를 국가 애도의 날로 선포하고 조기 게양과 TV와 극장의 오락 프로그램을 취소토록 했다.

비상대책부는 관련 법 정비 때까지 송년과 신년 모임 등 다중 행사에서 당분간 불꽃놀이를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검찰은 이번 참사가 불꽃놀이 과정에서 안전 부주의로 화재가 난 것으로 잠정 결론짓고 나이트클럽 사장과 불꽃놀이 행사 기획자 등 4명을 소방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