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 측근들 '中 6세대 지도자' 선두로
중국에서 후춘화 허베이 성장(46)과 쑨정차이 농업부장(장관 · 46)이 각각 네이멍구자치구 당서기와 지린성 당서기로 이동,40대로는 처음으로 성(省) 당서기에 임명되며 6세대 지도자군의 선두로 부상했다. 또 쑨춘란 중국총공회(한국의 노총 격인 단체) 당서기(59)가 푸젠성 당서기에 임명되는 등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측근이 주요 포스트에 임명돼 주목받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1일 5개 성과 1개 시의 당서기 및 시장 인사를 단행,내년 3월 예정된 전국 인민대표대회(국회 격)를 앞두고 권력 상층부의 새판 짜기에 들어갔다. 이번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사람은 후춘화 신임 네이멍구자치구 당서기와 쑨정차이 신임 지린성 당서기다. 1963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각각 과거 최연소 성장과 최연소 부장(장관)이란 기록에 최연소 당서기란 항목을 추가했다. 이는 이들 두 사람이 시진핑 국가부주석,리커창 부총리 등에 이어 중국을 이끌 6세대 지도자군의 최고 선두에 섰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후춘화 네이멍구 당서기는 '리틀 후진타오'로 불리는 후 주석의 측근 중 측근이다. 그는 후 주석과 같은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제1서기(차관급) 출신이다. 그가 태어난 후베이성 우펑현은 소수민족인 투자(土家)족이 사는 해발 1500m의 산간 오지다. 고무신도 없어 짚신을 신고 초 · 중 · 고교를 이곳에서 다닌 그는 베이징대 중문학과를 졸업했다. 성적 우수자로 베이징에 남을 수 있었지만 오지인 티베트를 지원,19년간 근무했다. 일주일간 걸어들어가 티베트에서도 가장 오지인 모퉈현 현지 주민의 삶을 고찰한 일화는 유명하다. 티베트와 구이저우 등 오지에서 당서기 생활을 한 후 주석과 마찬가지로 첫 당서기 근무지로 또 다른 낙후지역인 네이멍구자치구에 가게 된 것도 우연치곤 묘하다는 지적이다.

쑨정차이 지린성 당서기는 베이징대 농업박사 출신의 엘리트다. 2006년 농업부장에 임명되며 최연소 장관 기록을 세웠다. 특별한 정치적 색깔은 없지만 전문관료로서 탁월한 행정능력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산둥성 룽청 출신으로 깔끔한 일처리로 주목받았다.

쑨춘란 푸젠성 당서기는 여자로선 유일하게 지방성 당서기가 됐다. 그는 노동자의 권익을 중요시하는 후진타오 정부의 정책을 실행에 옮긴 실무 총책임자였다. 외자기업의 공회(노조) 설립과 농민공의 취업교육에 힘을 쏟았다.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인물은 부시장에서 승진한 황치판 충칭시 시장(57).그는 1990년대 상하이 푸둥지역 개발을 실무적으로 총지휘했던 인물이다. 황 시장은 최근 기자와 인터뷰에서 "상하이와 환경은 다르지만 충칭을 내륙의 경제중심지로 만들 것"이라며 경제개발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밖에 랴오닝성 당서기에는 왕민 지린성 당서기(59)가,허난성 당서기에는 루잔궁 푸젠성 당서기(57)가 자리를 옮겼다.

이번 인사를 권력 투쟁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후 주석이 측근들을 중앙무대로 부상시킴으로써 장쩌민 전 국가주석 등 상하이방과 태자당(혁명원로의 자제를 통칭)을 견제하고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태자당 출신인 시진핑 부주석과 공청단 출신의 리커창 부총리 간 권력 투쟁에서 같은 공청단 출신인 리 부총리를 측면 지원하려는 포석이 깔려 있다고 한 전문가는 전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