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불임을 일으키는 살충제에 노출됐다가 생식 능력을 회복한 남자는 아들보다 딸을 가질 가능성이 더 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이스라엘 일간지 하레츠가 23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의료계의 한 연구팀은 1970년대 후반에 이스라엘 네게브 지역에 있는 한 화학공장에서 일하면서 남성불임을 불러오는 살충제 디브로모클로로프로판(DBCP)에 노출됐던 사람들을 조사한 결과를 이날 텔아비브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발표했다.

과일과 야채류를 재배할 때 농약으로 쓰였던 DBCP는 1979년 미국에서 사용이 중단된 이후 이스라엘 등 다른 나라에서도 사용이 금지되고 있다.

연구팀은 1970년대 후반에 공장에서 DBCP에 노출된 남성 노동자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 17명 중 65%가 여아이고, DBCP에 노출되기는 했으나 자녀가 태어날 시점에는 관련 일을 하지 않았던 남성의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 41명 중 59%도 여아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 남성이 DBCP에 노출되기 전에 가진 자녀 51명의 성비는 오히려 남자아이가 53%로, 여아보다 더 많았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산부인과 교수 가드 포타쉬니크는 "나는 Y염색체를 가진 정자 세포가 화학물질에 더 예민해 먼저 손상이 된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포타쉬니크 교수는 "농업이나 화학분야 노동자들의 가정에 딸이 더 많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환경오염 물질의 재앙을 알리는 신호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카이로연합뉴스) 고웅석 특파원 freem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