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제조기업 '투자 뱃머리' 신흥국으로 돌린다
일본의 주요 제조업체들이 국내나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중국 인도 등 신흥국으로 투자 대상을 바꾸고 있다. 지난해 가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일본 기업들이 유독 타격을 입은 것은 그동안 선진국 시장에만 너무 의존한 탓이었다는 반성에 따른 것이다.

일본 최대 자동차 회사인 도요타자동차와 건설기계 업체인 고마쓰는 올해 설비투자액 전체를 줄였지만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는 늘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일본 제조업체의 신흥국에 대한 직접투자액이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투자액을 처음으로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내다봤다.

도요타는 올해 설비투자 총액을 7600억엔(약 9조8000억원)으로 작년 대비 40% 줄였다. 국내 투자는 4800억엔으로 40%,미국과 유럽 지역 투자는 1900억엔으로 50% 감축했다. 그러나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액은 700억엔으로 전년보다 20% 늘렸다. 도요타는 중국 광저우와 톈진의 공장을 증설하고, 인도에 제2 자동차 조립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스미토모금속은 올해 국내 설비투자를 1380억엔으로 13% 감축한 반면 해외 투자는 브라질과 아시아 지역에만 630억엔으로 28% 늘렸다. 스미토모금속은 브라질에서 제철소 건설 등의 투자를 가속화하고 있다. 고마쓰도 올해 설비투자액을 561억엔으로 작년의 절반으로 줄였으나,중국에서 건설기계 공장을 증축하기로 하는 등 신흥국 투자는 확대했다.

이 밖에 미쓰이화학은 중국석유화공과 합작으로 600억엔을 투자해 고기능소재를 생산키로 했고,히타치제작소는 브라질에서 가정용 에어컨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브리지스톤은 중국 공장의 타이어 생산능력을 2011년 말까지 현재보다 50% 이상 늘릴 예정이다.

일본 제조업체들의 해외 직접투자는 지금까지 주력 시장이었던 미국과 서유럽이 중심이었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제조업의 총 해외투자액 4조6500억엔 가운데 2조4554억엔이 북미와 서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였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 신흥국 투자액은 2조3억엔에 그쳤다. 그러나 올 상반기(1~6월) 총 해외투자액이 1조7099억엔으로 지난해보다 32.5% 감소한 가운데 신흥국 투자는 8970억엔으로 9.8% 증가했다. 미국과 유럽 지역 투자액은 6726억엔으로 전년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일본 기업들이 지난해 가을 미국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를 계기로 정체된 선진국 시장으로부터 신흥국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교텐 도요오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일본의 자동차 전기 · 전자 등 주력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만 너무 치중해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며 "그 교훈으로 신흥국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중국이 올해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부상하는 등 신흥국의 소비와 투자가 왕성해지면서 일본 기업들도 신흥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파나소닉이나 도요타자동차 등은 중국에서 연구개발과 설계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어서 당분간 신흥국에 대한 투자 확대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