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작년 몸값 8천만달러"..부대비용은 4배 추정

소말리아 해적들의 선박 및 선원 납치 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선박피랍 전문 변호사, 보험업계 및 인질 협상 전문가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2일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상선들의 주요 항로인 소말리아 해역에서 해적들의 납치활동이 급증하면서 변호사, 보험회사, 인질 협상전문가들이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과 홍콩의 해운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피랍된 선박을 소유한 회사들이 지난해 해적들에게 지불한 몸값은 무려 8천만달러(92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해운회사들이 치러야 하는 대가는 이보다 훨씬 많다.

선박 피랍에 대비해 지불하는 보험료, 변호사 비용, 선박 피랍 시 협상전문가들에게 지출하는 돈은 실제 몸값의 4배에 달한다고 관련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높은 비용, 낮은 이윤, 치열한 경쟁 등으로 허덕이는 해운업계가 해적들의 납치행위에 따른 부대비용 때문에 더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하소연했다.

홍콩의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몸값을 지불하는 것은 매춘부에게 화대를 지불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지만 누구도 말을 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소말리아 해적들에게 피랍된 알라크라나 호의 소유주는 지난 17일 선박과 선원 36명의 석방을 위해 몸값으로 330만 달러를 지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해적들에게 거액의 몸값을 지불하고 선박과 선원을 구출하는 관행이 해적행위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몸값 지불 관행은 계속되고 있다.

로즈메리 디칼로 유엔 주재 미국 차석대사는 지난 18일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몸값 지불 관행으로 최근 해적 활동이 늘어났다면서 '몸값 요구에 응하지 않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 귀를 기울이는 해운업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해적들의 몸값 요구를 거절하면 선원들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어느 선박 소유주도 해적들의 몸값 요구를 거절하는 첫 사례로 남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들은 선원들이 희생당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도 지난달 19일 중국인 25명 등 146명의 선원이 탑승한 화물선 더신하이(德新海)호가 해적들에게 납치된 이후 해적들과 직·간접적인 채널을 동원해 석방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아직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홍콩연합뉴스) 정재용 특파원 jj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