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국가인 우크라이나에서 신종플루(H1N1)보다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치명적인 변종플루가 발견됐다는 주장을 놓고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은 영국 일간 데일리 익스프레스가 지난 15일 우크라이나에서 3종류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조합으로 등장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해 100만명 이상이 감염되고 200명에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보도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여기에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TV 인터뷰에서 2가지의 계절성 인플루엔자와 캘리포니아 플루가 동시에 발생했고, 3가지 바이러스의 조합이 훨씬 더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를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논란이 급속히 커졌다.

만약 변종플루 발생이 사실이라면 현재 접종 작업이 한창인 3종의 신종플루 백신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지극히 위험한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그러자 세계보건기구(WHO)는 17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우크라이나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샘플을 토대로 예비실험을 실시한 결과, 신종플루에 중대한 변화는 없었다고 `변종플루 출현설'을 부인하는 등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영국 런던과 미국 애틀랜타 등 2곳에 있는 연구소에서 우크라이나 환자들로부터 채취한 가검물 34개 샘플의 유전자를 공동 분석한 결과, 위험한 변종이 발생했다는 증거는 없었다는 것이다.

데일리 익스프레스 등의 보도가 나오자 WHO의 글로벌 인플루엔자 프로그램 책임자인 니키 신도 박사가 곧바로 영국과 미국의 연구소에 사실 여부를 확인, 이날 발표를 내놓은 것이라고 WHO 관계자가 전했다.

이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신종플루 바이러스 유전자 225번째 염기서열에서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데, 현재까지 실험 결과 중요한 변이는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WHO의 입장"이라며 "스페인 독감처럼 치사율이 높고 전염력이 강한 변종의 출현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고 말했다.

WHO는 이미 지난달 28일 우크라이나 보건당국으로부터 호흡기 질병 환자들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상황을 예의주시해왔다.

11월 들어서는 전세계 신종플루 확산 상황과는 별도로 우크라이나의 인플루엔자 활동 추이를 집계해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해왔을 정도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정부와 WHO의 주장이 서로 엇갈리면서 진위를 둘러싼 공방은 물론 우크라이나의 정치 상황과 관련된 `음모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내년 1월17일로 예정된 우크라이나 대선이 신종플루로 인해 5월30일로 연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공중보건과 정치가 뒤섞인 또 하나의 `변종 공포'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기에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들이 앞다퉈 신종플루를 선거전에 활용하면서 민심의 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 러시아 관영 이타르타스 통신 등 외신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발(發) `변종플루' 논란을 완전히 음모론만으로 치부하기는 이르다.

WHO 역시 이날 변종플루 출현설을 부인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서의 신종플루 순환에 관한 추가적인 질문은 더 많은 자료들을 분석한 후에 가능하다"며 여지를 남기고, 우크라이나 정부에 더 많은 샘플 정보를 공유할 것을 권고했다.

비록 현재까지는 아닐지라도 WHO도 다양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조합이나 사람과 동물간 전염 등을 통한 변종의 출현, 희귀 바이러스의 등장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제네바연합뉴스) 맹찬형 특파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