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이란 핵 진전 없으면 다른 수단 가능"

미국과 러시아 정상은 15일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1) 대신할 새 조약을 연말까지 만들어 내겠다는 양국 정부의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고 러시아 언론과 AFP 통신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개최 중인 싱가포르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별도의 회담을 한 뒤 "새로운 조약은 국제 안보에 이바지할 것"이라면서 "12월까지 합의 최종본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아직 풀지 못한 기술적·정치적 문제들이 남아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협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우리의 목표는 협상을 마무리해 연말까지 합의에 서명하는 것"이라며 "절박하다는 인식을 갖고 열심히 노력하면 이를 달성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구소련 붕괴 직전인 1991년 체결된 START-1은 미ㆍ러 양국의 전략핵무기 수를 대폭 감축하는 내용으로 오는 12월5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지난 7월 모스크바 회담에서 새 협정 발효 후 7년 내에 양국의 핵탄두 수를 1천500~1천675 개로, 대륙 간 탄도미사일(ICBM) 등의 발사수단도 500~1천100 개로 줄인다는 후속 협정 초안의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지금까지 8차례 만난 양국 군축 대표단은 후속 협정 문서를 놓고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으나 핵무기 사찰과 검증 절차 등을 놓고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러시아 일간 코메르산트는 13일 양국 협상에 정통한 익명의 전문가를 인용, 미국이 러시아의 이동식 지상발사 미사일 저장고에 대한 감시 문제와 관련한 현행 규정을 존속시키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러시아가 "일방적인 조항"이라며 미국 측의 제의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 대통령이나 나 자신은 현재의 협상 진척 속도에 만족하고 있지 못하다"며 "이란이 교착상태에 빠진 핵 프로그램 문제에 진전을 보이지 않으면 새로운 제재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이란 핵 협상의 목적은 이란이 국제사회의 우려를 살 말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투명성을 확고히 하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러시아는 이란 핵 협상이 바람직한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면 협상을 다른 방향으로 진전시키기 위한 `다른 수단'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선택이 있을 수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란은 서방이 제기하고 있는 핵무기 개발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미국을 위시한 서방은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를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다.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반대해온 러시아도 최근 들어 이란의 평화적 핵에너지 사용 권리는 인정하면서도 투명성 확보를 위한 국제사회의 요구에 이란이 적극적인 자세로 나와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이날 미-러 정상의 1시간 30여 분 간 짧은 만남에서 애초 예상대로 북핵 문제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는 즉각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수행 중인 세르게이 프리호드코 크렘린 외교정책 보좌관은 앞서 "두 정상이 START-1 후속 협정, 이란 핵 프로그램과 함께 북핵 문제도 협의할 것으로 본다"고 밝힌 바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남현호 특파원 hyun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