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대통령' 이달 19일 선출] '유렵합중국' 뭐가 달라지나
지난 3일 체코를 마지막으로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전원의 비준을 마친 리스본조약은 EU를 국가간 협의체를 넘어 독자적인 정치공동체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1992년 조인된 마스트리히트조약이 유럽을 유로화를 사용하는 단일 경제공동체로 변모시켰다면 리스본조약은 5억 인구를 가진 단일 국가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 건설을 위한 첫걸음이다.

이를 상징적으로 가장 잘 보여 주는 직책이 신설되는 '대통령'과 '외무장관'이다.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으로 불리는 EU 대통령은 매년 4회 이상 개최되는 EU 정상회의를 주재하고 EU를 대외적으로 대표한다. 하지만 독자적인 행정 · 입법 권한은 없다. '연합 외무장관'으로도 불리는 외교 · 안보정책 대표는 기존의 공동안보정책 대표와 집행위원회 대외관계 담당 위원이 맡고 있던 업무를 통합해 수행한다.

EU의 입법 · 행정 업무의 3대 축인 각료이사회, 집행위원회, 유럽의회도 면모를 일신했다. 유럽 정상회의 산하 장관급 협의기구인 각료이사회는 만장일치제를 포기하고 대신 '이중다수결제'를 도입했다. 주요 안건을 처리할 때마다 나타났던 비효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이중다수결제에 따라 회원국의 55% 이상(27개 회원국 중 15개국)이 찬성하고 찬성국 국민이 EU 전체 인구의 65%가 넘으면 각료이사회 통과가 가능하게 바뀌었다. EU가 추진하는 각종 법률의 발의를 담당하는 집행위원회는 27명이던 위원수를 18명으로 줄였다. 국가별로 1명씩 추천하던 것에서 회원국 3분의 2가 순번제로 추천하도록 했다. 집행위원회에서 국가색을 지우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유럽의회는 EU의 민주성을 강화하기 위해 대폭적인 권한을 부여받았다. 유럽의회는 리스본조약을 통해 집행위원회가 발의하고 각료이사회가 의결하는 사안에 대해 공동으로 결정하는 권한을 확보, 심의 기능만 갖고 있던 종전보다 한층 목소리를 높이게 됐다. 예산 심의 권한도 대폭 강화됐다. 또 사법 및 경찰협력, 교역 · 농업정책 등에서 입법권을 가지게 되면서 각료이사회와 거의 대등한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는 평가다. 회원국 의회에 EU에서 제정한 법안에 대한 거부권이 부여되고 국적에 상관없이 EU 회원국 국민 100만명 이상이 모여 시민발의를 할 수 있게 한 것도 EU의 민주성 제고를 위한 조치다.

EU 시민의 기본적인 권리를 규정한 'EU 기본권 헌장'도 제정됐다. 기본권 헌장은 시민권 정치권 경제권 등 기본권리를 규정하고 있으며 앞으로 EU헌법의 기초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리스본조약의 주요 조항들이 각국의 반대에 부딪치면서 시행 시기와 내용들이 대폭 후퇴해 누더기 조약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전문가들은 10여년 정도는 걸려야 리스본조약이 완전히 뿌리를 내릴 것으로 보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