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20년전 베를린 장벽 붕괴와 독일 통일의 주역이었던 헬무트 콜 전 독일 총리의 연설은 노령으로 인해 3분의 2 가량은 독일인들조차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하지만 그는“나는 일평생 내가 한 일중에서 조국통일만큼 자랑스러운 게 없다”는 짧은 한마디만은 또박또박 분명하게 말했고,곧이어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베를린 장벽 붕괴 20주년을 맞은 9일 베를린 브란덴부르크문에선 ‘장벽붕괴 20주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기념행사가 열렸다.슈피겔 등 독일 언론들은“1989년 혁명과의 화려한 랑데뷰가 이뤄졌다”며“전세계가 베를린의 손님이 됐다”고 벅찬 감정을 전했다.

‘자유의 축제’로 명명된 이날 행사에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초청을 받은 유럽연합(EU) 27개국 정상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 등 각국 사절들과 콜 전 독일 총리,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 등 냉전 종식의 주역들이 총 출동했다.부슬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행사장 주변에는 10만여명의 인파가 모여 축제 분위기를 돋궜다.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장벽 붕괴에 대해 “독일과 유럽 역사에 있어 행운”이라며 “개인적 삶에 있어서도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베를린 포츠다머플라츠와 브란덴부르크문간 2km 구간에 설치된 1000개의 대형 인공 장벽을 연달아 쓰러드리는‘장벽 도미노’였다.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영상 축하연설과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 등 세계 각국 지도자들의 축하연설이 끝난 후 시작된 장벽 쓰러뜨리기는 40여분간 지속되며 20년전의 벅찬 감정을 재현했다.첫 도미노를 밀어뜨린 인물은 동유럽 공산주의 붕괴의 물꼬를 튼 레흐 바웬사 전 폴란드 대통령이었고 마지막 장벽이 무너지는 순간에는 독일 가수 폴 반 다이크가‘우리는 하나’라는 노래를 열창했다.이어 각종 축포와 불꽃놀이,관중의 함성이 어우러지며 축제가 막을 내렸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