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산 하나를 넘었다. 하원은 그가 야심차게 밀어붙이고 있는 의료보험 개혁법안을 통과시켰다.

하원은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7일 밤 늦게까지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치열한 논쟁을 거친 끝에 의보 개혁법안을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전체 하원의원(435명)의 과반수(217명)를 가까스로 넘긴 찬성 220표,반대 215표라는 근소한 차이로 법안을 가결했다. 공화당 의원 한 명(루이지애나 조지프 카오 의원)만이 찬성표를 던졌으며 여당인 민주당에서는 39명이 반대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발품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이날 표결을 앞두고 하원을 방문해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중요한 기회를 차버리지 말자"며 의원들을 설득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막판 쟁점이던 낙태 지원안에서 한발 물러나 타협했다.

하원 법안은 향후 10년간 1조1000억달러의 비용으로 무보험자 3600만명에게 보험 혜택을 주자는 게 골자다. 2013년까지 공공의료보험을 도입,민간 보험사와 경쟁시켜 보험료를 낮추기로 했다. 국민들이 다양한 의료보험 상품을 비교해 경쟁력 있는 보험을 선택할 수 있도록 거래소도 신설한다.

천문학적인 재원은 과다한 행정비용 등을 줄이면서 부유층으로부터 5.4%의 부가세를 거둬 충당하기로 했다. 부가세는 연간 50만달러(부부합산은 100만달러) 이상을 버는 개인들에게 적용된다. 저소득층과 중산층은 보험 가입을 위한 보조금을 받는다.

개혁안은 또 최대 25명의 종업원을 갖고 있거나 연간 평균 4만달러의 연봉을 주는 소규모 기업들이 의료보험을 직원들에게 확대하도록 세액공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연소득이 50만달러 이상인 기업주가 직원들에게 충분한 보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어야 한다.

하원 법안은 앞으로 상원이 마련할 법안과 절충을 거친 뒤 다시 양원에서 통과돼야 하는 쉽지 않은 숙제가 남았다. 상원은 현재 각 상임위에서 통과된 법안들을 놓고 절충 작업을 벌이고 있다. 상원의 경우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합법적인 의사진행방해(필리버스터)로 법안을 무산시킬 수 있어 하원보다 절차가 까다롭다.

최우선 국내 정책인 의보 개혁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되면 오바마 대통령과 의회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등 다른 주요 대외정책을 집중적으로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