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냘픈 몸매의 여성 경찰이 5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 후드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을 사실상 단독 진압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영웅으로 부상하고 있다.

뉴욕 타임스(NYT)와 영국 일간 더 타임스 등에 따르면 세 살짜리 딸 등 두 아이의 엄마인 킴벌리 먼리(34) 경사는 이날 차를 수리하기 위해 정비소로 가던 길에 경찰 무선을 통해 총격사건 발생 지령을 받고 즉각 현장으로 달려갔다.

적극대응전술(active-response tactics)을 훈련받은 먼리 경사는 현장에 도착 후 지원 병력을 기다리지 않고 대응에 나섰다.

당시 범인인 하산 소령은 권총을 휘두르며 건물 밖으로 부상당한 병사를 추격하고 있었다.

그녀는 즉각 권총을 꺼내 범인을 향해 발사했고, 범인도 즉각 응사했다.

여러 발의 총격이 오가는 과정에서 하산 소령과 먼리 경사는 서로 총상을 입었다.

그녀가 쏜 총알은 하산 소령의 상체에 명중했고 하산 소령이 쏜 총알은 그녀의 양쪽 다리를 관통했다.

그녀는 총상을 입은 와중에서도 하산 소령에게 끈질기게 총격을 가해 총 네 발을 명중시켰다.

먼리는 정강이와 오른 손목에 두 발의 총상을 입었지만 안정적인 상태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기난사 사건에 대한 비상신고 전화가 걸려온 게 5일 오후 1시23분인데 이후 5분 뒤에 먼리 경사가 범인을 제압한 것.

군 당국은 먼리 경사가 혼자서 범인을 쓰러뜨렸는지 또 범인이 먼리 경사 외에 다른 사람이 쏜 총에 맞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범인에게 제일 먼저 총을 쏘며 응사한 사람은 먼리 경사가 틀림이 없다고 확인하고 있다.

키 164㎝의 먼리 경사는 사냥과 서핑을 비롯해 야외 스포츠를 무척 좋아하는 만능 스포츠 여성. 특히 11살 때 할아버지를 따라 사냥을 가서 사슴을 쓰러뜨릴 정도로 사격에 능해 한때는 사격 교관을 지냈고, 현재는 경찰서의 특별기동대(SWAT) 소속 대원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경찰에 투신한 그녀는 고향 근처의 경찰서에서 근무할 당시부터 용맹을 떨쳤다.

야간 근무 중 괴한이 동료 남성 경찰을 쓰러뜨리고 권총을 빼앗아 달아나려 할 때 먼리 경사가 육척장신의 괴한을 쓰러뜨려 제압해 '슈퍼 여경'이란 별명을 얻었다.

이후 포트 후드에서 육군 병사로 수년간 근무하다 작년 1월부터 이곳에서 경찰생활을 재개했다.

그녀가 특수부대 요원인 남편 매튜 먼리를 만난 것도 포트 후드에서였다.

먼리 커플은 남편이 노스캐롤라이나의 포트 브랙으로 전근명령이 남에 따라 최근 집을 팔고 이사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을 맞게 됐다.

먼리를 치료한 병원 관계자는 그녀의 첫 번째 부탁이 동료와 친구들에게 그녀가 괜찮다는 사실을 전해달라는 것과 사상자 수를 알려달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더 많은 인명을 희생시킬 뻔했던 대형사건을 중도에 진압한 그녀의 신속한 대응과 용기에 미국은 감동하고 있다.

포트 후드의 로버트 콘 사령관은 "먼리의 행동은 놀랍고 적극적인 것이었다"며 "중요한 점은 그녀가 상황에 빠르게 대응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기지 비상대책반의 척 메들리 반장도 "먼리 경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영웅적인 행동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병원에서 치료 중인 먼리 경사는 트위터에 "내가 몇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며 평화롭게 잠자리에 든다"고 그날을 회고했다.

(애틀랜타·서울=연합뉴스) speed@yna.co.kra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