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희생자 유해송환 공항 첫 방문

칠흑같은 어둠이 깔린 29일(현지시간) 새벽 4시가 채 되기 전인 이른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델라웨어주 도버 공군기지를 찾았다.

그는 방금 착륙한 C-17 미군 수송기 앞으로 곧바로 걸어갔다.

미군 사령관들과 에릭 홀더 법무장관, 미셸 렌하트 마약단속국(DEA) 국장이 함께 도열했다.

인공적 소음이라고는 항공기의 엔진음과 취재진의 카메라 촬영 소리뿐인 시간이 수분간 지속됐다.

찬 가을 바람이 오바마 대통령 일행을 거칠게 몰아 붙였다.

잠시 후 수송기의 문이 열리고 아프가니스탄전 전사자의 유해가 담긴 관이 블랙 베레모를 쓴 미군 장병들에 의해 하나씩 운구돼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침통한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18구의 유해 운구가 끝날 때까지 부동자세로 거수 경례를 했다.

모두 이번주 희생된 15명의 미군과 3명의 마약단속국 요원의 유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운구식이 끝난 뒤 유가족들을 일일이 위로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전용헬기가 백악관 남쪽 뜰에 다시 내린 것은 새벽 4시45분.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홀로 다시 들어갔다.

미국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송환되는 도버 공군기지를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미군 유가족 위로에 열성적이었던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수많은 전사자들의 가족들을 만나 위로하긴 했지만 유해가 도착하는 공군기지를 찾은 적은 없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금지돼 왔던 미군 전사자들의 유해 운구장면에 대한 언론 보도를 18년만에 허용키로 지난 4월 결정한 바 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의 도버기지 방문은 아프간 증파 요구와 관련한 미국 내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아프간에서는 최소한 55명의 전사자가 발생해 2001년 개전 이래 1개월 희생자 수로는 가장 큰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아프간 남부에서 27일에는 탈레반의 폭탄 공격으로 미군 8명이 사망했다.

앞서 26일에는 아프간 서부에서 미군 헬기가 추락하면서 미군 7명과 미국 마약단속국(DEA) 소속요원 3명이 숨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군의 추가 희생을 줄이면서 알-카에다를 격멸할 수 있는 새로운 아프간 전략을 수립하는 와중에 이뤄진 이날 유해 운구행사 방문이 그의 아프간 전략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황재훈 특파원 j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