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북한이 내주 비공식 실무접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장기 교착상태인 북핵 국면에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북한 외무성의 리 근 미국국장은 오는 26~27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리는 동북아시아 협력대화(NEACD) 참석에 앞서 20일 중국 베이징(北京)에 도착했다.

그는 중국 외교부의 북핵 담당 관리들과 접촉, 북핵 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국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 협력대화를 전후해 북.미 실무접촉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일본 교도통신은 20일 미국 국무부 고위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성 김 6자회담 특사가 NEACD에 참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 국장과 성 김 특사는 북.미 양자대화의 시기와 장소, 수석대표의 수준 등 현안에 대한 협의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 국장 일행은 또 협력대화가 끝난 뒤 30일 뉴욕에서 코리아소사이어티와 전미외교정책협의회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토론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미국은 리 국장의 방미 이후 공식적인 북.미 양자대화가 성사될 경우 북한의 명시적인 6자회담 복귀와 비핵화에 대한 의지 표명을 촉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리 국장의 방미 이후 북핵 국면이 대결에서 협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고 외교소식통들은 전망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리 국장 방미 이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방문 일정이 잡혀있다"면서 "11월 중순 이후 북.미 대화가 성사되면 곧바로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이는 곧 국면의 전환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이후 약 1년만에 6자회담이 재개될 경우 북한 핵시설과 핵 프로그램, 핵무기와 핵물질의 처리를 위한 구체적인 조치(검증과 폐기)와 향후 이행계획 마련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은 북.미 대화가 성사되고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경우 6자회담을 빠른 시일내 재개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미 북한의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조치에 상응하는 안보적 조치와 경제.에너지 지원을 담은 포괄적 패키지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또 한국 정부도 북한의 핵폐기를 전제로 한 일괄타결방안인 '그랜드 바겐'을 제안하고 관련국과의 협의를 진행중이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관련국들이 요구하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가시적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움직임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외교소식통은 "향후 상황은 무엇보다도 북한의 입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면서 "이와 함께 북한을 협상으로 유도하려는 미국과 중국, 그리고 나름의 역할을 하려는 한국과 일본 등의 움직임이 개입되면서 보다 복잡한 신경전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