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선거가 결국 결선투표로 갈 것으로 보인다. 부정선거란 오점을 남기며 두 달여간 끌어온 아프간 대선의 재검표 결과 하미드 카르자이 현 대통령의 득표율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카르자이 대통령이 결선투표를 수용하라는 미국 측 요구를 받아들일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9일 AFP통신에 따르면 아프간 선거감독기구인 선거민원위원회(ECC)는 재검표 결과 210개 투표소에서 수거된 투표용지가 똑같은 펜으로 표시되는 등 명백한 부정행위가 발견됐다며 이를 모두 무효 처리하라고 독립선거관리위원회(IEC)에 지시했다. 무효 대상 표는 전체 유효표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130만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CC는 카르자이 측의 반발을 고려해 아직 구체적인 숫자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국제선거감시단체인 데모크라시 인터내셔널은 무효표를 감안하면 54.6%에 달했던 카르자이의 득표율이 48.29%까지 내려가는 반면 28.7%에 그쳤던 2위 압둘라 압둘라 후보의 득표율은 31.5%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르자이가 과반수 득표에 실패한 것으로 확정되면 카르자이는 2위인 압둘라와 결선투표까지 가야 한다. 미국은 카르자이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최대한 빨리 정당성 있는 정부를 구성,아프간에서 정치적 안정을 확보한 뒤 탈레반 등 무장세력과 전쟁에 전념해야 하기 때문이다. 카르자이의 대변인인 와히드 오마르는 20일 "IEC가 결과를 발표하면 따르겠다"며 재검표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처음으로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