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이 '허풍'으로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고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인터넷판이 19일 보도했다.

유럽 순방 중 북아일랜드 벨파스트를 방문한 클린턴 장관은 이곳 자치의회에서 가진 연설에서 그녀가 영부인이던 지난 1995년 폭탄테러로 만신창이가 된 `유로파' 호텔에 머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벨파스트의 역사적 건물인 유로파 호텔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폭격 피해를 본 호텔로도 유명해 `하드보드(판자) 호텔'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호텔이 북아일랜드의 구교도 군사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군'(IRA)으로부터 마지막 공격을 당한 때는 1993년으로,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 내외가 찾기 무려 2년 전이다.

또 유로파 호텔은 폭탄테러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기 위해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하기 22개월 전인 1994년 2월 보수공사를 마쳤다.

즉, 클린턴 장관이 "남편과 내가 벨파스트에 처음 왔을 때 폭탄 피해 때문에 판자로 막은 유로파 호텔에서 묶은 적이 있다"는 경험담은 사실이 아닌 것이다.

특히 이번 말실수는 클린턴 장관이 영부인으로서 보스니아를 방문했을 때 저격수에게 노출될 위험 때문에 공항 도착 직후 몸을 숙여 차량까지 뛰었다고 말했다가 거짓말로 들통났던 아픈 경험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당시 민주당 경선 후보였던 클린턴 장관은 자신이 딸 첼시와 함께 비행기에서 내려 천천히 내려가는 모습의 사진이 보도되자 "12년 만에 처음으로 말실수했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으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었다.

유로파 호텔 발언과 관련, 클린턴 장관 측 대변인은 그녀가 벨파스트의 어두운 시절에 관한 진실된 "인식"을 표현하려 했던 것뿐이라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대변인은 현지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경우는 보스니아 때와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클린턴 장관은 단순히 대비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e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