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일본의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이 정당별로 점수를 매기던 정책평가를 올해는 하지 않기로 했다.정권 교체로 인한 시간 부족이 표면적 이유지만 관계가 돈독하지 않은 새로운 여당인 민주당의 눈치보기라는 시각이 많다.

게이단렌의 미타라이 후지오 회장(캐논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회견에서 “정치헌금액을 결정하기 위해 실시했던 정당별 정책에 대한 점수평가를 올해는 보류하기로 했다”며 “대신 총론적인 서술 평가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게이단렌은 2004년부터 정당별로 최고 A부터 최저 E까지 5단계로 점수를 매기는 정책평가를 해왔다.재계 입장에서 우선해야 할 정책을 10개 선정한뒤 정당별로 이에 대한 자세와 추진 계획,실적 등을 평가해 점수를 줬다.작년의 경우 우선 해야할 정책으로 세제·재정개혁,사회보장제도 개혁,행정구역 개편 등을 제시했다.당시 여당이었던 자민당은 10개 정책에서 모두 최고점인 A를 받았다.반면 야당이던 민주당은 분야별 최고 점수가 B였다.A는 하나도 없었다.

이에 따라 게이단렌은 지난해 자민당에 27억엔(약 350억원)을 기부한데 비해 민주당엔 1억엔(약 13억원)만 냈다.이같이 차별적인 정치헌금으로 인해 게이단렌은 정권을 잡은 민주당으로부터 차가운 대접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단렌이 올해 여야가 뒤바뀐 민주당과 자민당을 대상으로 정책에 점수를 매기는 평가를 하는 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 해석이다.게이단렌 관계자는 “그동안 정책평가는 자민당의 장기집권을 전제로 했던 게 사실”이라며 “여야 정권 교체가 이뤄진 만큼 앞으로는 정당별 정책 평가 방식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