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 다국적 기업들의 아우성에 한 발 뒤로 물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 오바마 대통령의 측근들을 인용,미 행정부가 다국적 기업들의 해외 수익에 과세하려던 방침을 일단 유보했으며 내년 세제 개혁 때 재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제너럴일렉트릭(GE) IBM 등 다국적 기업들의 불만이 비등하자 일시 후퇴했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내년 회계연도 예산을 발표하면서 다국적 기업 과세를 통해 2019년까지 10년간 2100억달러의 새로운 세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는 해외 수익 과세를 이연시켜 국내 본사로 이익을 송금할 때만 세금을 부과해왔다. 미국 기업들은 이익 송금에 따른 세금을 회피하고 해외 경쟁력도 높이기 위해 수익금을 해외 자회사에 대부분 재투자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때부터 이런 관행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해외로 유출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면서 과세이연 혜택을 없애겠다고 공약했다. 반면 미 재계는 해외 수익에 과세하면 경쟁력에서 뒤져 오히려 미국 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줄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반발해왔다. 대부분의 국가들은 해외 수익에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징벌적' 과세라는 것이다.

미 의회도 기업들의 반발에 동조했다. 하원 세입위원회 소속 의원을 비롯한 39명의 민주당 중도파 의원들은 지난 6월 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다국적 기업의 해외 수익 과세는 미국의 경쟁력을 갉아먹는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WSJ는 미 정부가 의료보험 개혁,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의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어 작전상 후퇴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