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76.여) 미국 인디애나대 교수와 올리버 윌리엄슨(77.남) UC 버클리 교수는 경제적 지배구조 분야에서 업적을 남긴 경제학의 거두들이다.

오스트롬 교수는 공공선택이론을 행정학에 접목, 공동체를 통해 개인의 선택이 공공의 이익에 악영향을 끼치는 현상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했다.

윌리엄슨 교수는 시장의 불완전성과 거래비용이라는 가설에 입각해 기업의 형성과 대형화를 설명하는 신제도학파에 속하는 인물이다.

지난해 경제위기를 겪은 이후 시장의 불완전성과 공공의 실패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인정된 결과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 = 오스트롬 교수는 제도경제학과 공공선택이론의 대가다.

그는 1960년대 학계에 바람을 일으킨 `공유재의 비극(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 공공의 이익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에는 `공유재의 비극' 문제를 정부 개입이나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 오스트롬 교수는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가 배출한 1호 박사는 1985년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2007년 퇴임한 황수익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였다.

그는 미국 정치학회 회장을 지내던 1996년께 국제정치학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 경주와 포항 등을 들렀고, 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공장을 둘러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서 박사학위 지도를 받은 고려대 안도경 교수는 "한국이 정치ㆍ경제적으로 놀랍게 발전하는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말씀하곤 하셨다"며 "최근에는 한국의 독특한 `생활정치' 문화인 아파트 주민자치회에 관한 논문을 지도했다는 소식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지도교수인 빈센트 오스트롬 교수와 결혼했다.

부부가 월급의 절반은 물론 사망 후 전재산을 학교와 연구소에 기부하기로 약속할 정도로 봉사정신도 투철하다고 한다.

안 교수는 "미국으로 유학온 지 얼마 안 돼 외환위기로 생활고에 시달렸는데 오스트롬 교수가 나서서 도와줬다"며 "나처럼 도움을 받은 학생이 수백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버 윌리엄슨 교수 = 오래 전부터 노벨상 수상 후보로 거론될 만큼 신제도학파의 거두로 통했다.

1932년에 태어나 1963년 카네기 멜론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펜실베이니아대와 예일대 교수 등을 거쳐 1988년부터 UC버클리 교수로 재직했다.

윌리엄슨 교수는 거래비용 개념을 통해 기업으로 대표되는 조직의 형성과 대형화를 설명했다.

현실의 시장은 고전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불완전하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형성된다.

이를테면 시장에서의 개인 간 거래는 일회성이어서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만 기업 간 거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속성이 있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

기업간 거래를 더욱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조직 내부화를 통한 수직적 통합이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기업간 거래보다는 한 기업이 다른 기업을 통합하거나 지분을 매입함으로써 거래비용을 더욱 줄일 수 있고, 이것이 기업이 대형화되는 유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재벌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재벌이 내부시장을 만들어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는 패러다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위압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보다는 신뢰를 바탕으로 한 기업간 상생협력 관계가 서로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을 가능케 한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07년 8월 방한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국제콘퍼런스'에 참석해 대.중소기업 간 바람직한 상호작용이 신뢰적 접근이라고 역설했다.

당시 그는 "한국 기업들 사이에 위압적이고 위계적인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숙명여대 유진수 교수는 "윌리엄슨 교수는 산업조직론 중에서도 기업이론과 선택론의 대가"라며 "주류경제학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지만 윌리엄슨 교수의 업적이 정부규제론, 계약이론, 법경제 등에 응용되면서 경제학의 기초과학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홍정규 기자 jbryoo@yna.co.kr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