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12일 노벨상위원회의 표현대로 '경제학의 변방'에 있던 올리버 윌리엄슨 UC버클리 교수와 엘리너 오스트롬 인디애나주립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크게 보아 신제도주의 경제학파에 속하는 두 사람은 주류 경제학이 '금과옥조'로 받아들이고 있는 '합리적이고 완벽하게 작동하는 시장'에 반기를 든 사람들이다. 제도주의 경제학은 기업 정부 법률 등이 왜 효율적인지를 밝히고,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제도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모색하는 학문이다.

경제학계에서는 이들이 노벨 경제학상의 영예를 거머쥘 수 있었던 데는 이들의 학문적 업적 외에도 지난해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시장 만능주의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가 적지 않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지난해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제도주의 경제학은 주류경제학이 해결하지 못한 의문점을 설명하면서 '조용한 귀환'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벨상 위원회도 "전통적으로 경제학은 시장 이론에 대한 설명에만 집중해 왔지만 적절한 계약(제도)이 없으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경제 활동의 상당 부분은 시장 외부에서 일어난다"며 "경제학도 시장 이론의 범위를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수상자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윌리엄슨 교수는 1975년 발간한 '시장과 위계'란 저서를 통해 '왜 기업이 생겨나는지'에 대한 이론적 해답을 제시했다. 현실의 시장은 고전경제학의 가정과 달리 불완전하기 때문에 거래비용이 발생하고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업이 형성된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의 개인 간 거래는 일회적이어서 비용이 크게 발생하지만 기업 간 거래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속성이 있어 거래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윌리엄슨 교수의 주장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그룹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대기업그룹이 내부시장을 만들어 거래비용을 줄임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는 패러다임을 활용했다는 것이다. 정갑영 연세대 교수는 "윌리엄슨 교수가 기업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한 거래비용은 이후 모든 경제학과 경영학 분야에 다양하게 응용됐다"고 평가했다.

오스트롬 교수는 1960년대 학계에 바람을 일으킨 '공유재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공유재의 비극'이란 합리적인 개인의 선택이 공공의 이익에는 악영향을 미친다는 이론이다. 기존에는 '공유재의 비극' 문제를 정부 개입이나 시장 메커니즘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지만,오스트롬 교수는 공동체 중심의 자치제도를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했다. 특히 지속적으로 진행돼 온 생태계 파괴를 막기 위해선 새로운 메커니즘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그가 배출한 '1호 박사'는 1985년 인디애나주립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서울대 교수를 지내다 2007년 퇴임한 황수익 서울대 정치학과 명예교수였다. 오스트롬 교수는 1996년 한국을 방문,포스코(당시 포항제철) 공장을 둘러보고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에게서 박사학위 지도를 받은 고려대 안도경 교수는 "한국이 정치 · 경제적으로 놀랍게 발전하는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말씀하곤 하셨다"고 전했다.

조귀동/김동윤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