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자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진화에 나섰다. 오바마 대통령의 전격적인 노벨평화상 수상 발표 이후 세계 각지에선 지나치게 성급하고,정치적으로 편향된 결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가이르 룬데슈타드 노벨위원회 사무총장은 12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다른 어떤 후보보다도 알프레드 노벨이 남긴 유언에 따른 수상 기준을 충족했다"며 "노벨위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자외교와 핵무기 군축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분야에서 국제사회의 분위기를 바꾸고 많은 기여를 했음을 확신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노벨위 위원들은 노벨상 선정과 관련된 비난 여론에 신경쓰지 않는다"며 "과거에도 노벨위가 내린 논쟁적인 결정들의 상당수가 결과적으로 가장 성공적인 결정이 됐다"고 주장했다. 또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 상당수가 아직 실행에 옮겨지지 못했음을 인정한 뒤 "이번 노벨상 수상이 정책을 집행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룬데슈타드 사무총장은 자신이 사무총장으로 재임한 19년 동안 달라이 라마,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의장,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 등 논쟁적인 수상자를 선정했던 데 비하면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수상은 '유별난' 결정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진보적 민주당 인사에게 편향되게 상을 준다는 미국 보수층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과거 노벨위원회가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과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 등 보수 정치인들을 수상자로 선정할 때도 '정치적 선호'에 대해 해명한 적이 없었다"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최근 '노벨위원회는 왜 오바마를 택했나'는 기사에서 노벨위원회 위원 5명 중 3명이 미국에서라면 '강경 좌파'로 분류될 인물이라며 노벨위의 정치적 성향이 수상자 선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노벨위원회의 구성원 중 토르비외른 야그란드 위원장은 노르웨이 노동당 당수 출신이며,시셀 마리 뢴벡 위원과 아고트 발레 위원도 좌파 정치인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