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역대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는 소식이 있었다. 미국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내년 초부터 세계경제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룰 나라로 한국을 꼽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초가 아니다. 한국의 경제는 이미 앞장 서 뛰고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한국에 머물면서 경제회복에 대한 기업인들과 국민들의 자신감을 확인했다.

바로 이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의 어려움에서 회복했을 당시의 모습과 지금은 똑같아 보인다. 국가 재정이 어렵다고 금반지와 은수저를 내놓던 그 모습이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안 보일지 몰라도 나처럼 미국에서 거의 반세기를 살다가 고국에 돌아와 보면 그 역동성이 뚜렷이 느껴진다.

사회의 변화도 피부에 와 닿는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기도 전에 타려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이 없어졌다. 길거리에 침을 뱉거나 새치기하는 사람도 없어진 것 같다. 술에 취해 밤거리를 비틀거리는 사람도 보기 드물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운전예절이 좋아진 점이다. 추석에 지옥 같은 교통혼잡 속에서도 모두들 침착하게 참고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도 현저히 줄었다는 보도다. 모두가 잘 돼 가고 있는 것 같다.

1961년 내가 미국에 처음 왔을 때 미국인들은 나를 찢어지게 가난한 후진국의 불쌍한 거지 유학생인 양 취급했다. 그 거지 유학생이 30년 만에 로스앤젤레스에서도 가장 부자 동네 중 하나인 도시의 시장을 지냈고,드디어 연방 하원의원으로 뽑혔다. 지금은 미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성능이 좋은 TV 는 삼성 TV 라고 말한다. 현대차 쏘나타는 없어서 못 산다. 가장 좋은 냉장고를 보여 달라면 LG제품을 보여준다.

한국의 아들들이 지난 올림픽에서 그것도 다름이 아닌 야구에서 금메달을 땄고 수영에서도 금메달을 땄다. 세계 여자 피겨스케이트의 정상은 한국 선수,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코를 납작하게 만든 것도 한국 선수다. 지금 미국의 대학교마다 최우등을 차지하는 건 거의 다 한국 학생들이다.

워싱턴에서 뉴욕 가기보다도 짧은 이 작은 나라, 전체 인구가 중국의 30분의 1밖에 안 되는 작은 우리나라가 이처럼 세상을 휘젓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48년 전 미국에선 한국인이라는 점이 창피해 많은 여학생들이 일본인 행세를 하곤 했는데 이제는 한국 사람이란 게 자랑스럽다. 한국에서 온 유학생이란 것이 다른 나라에서 온 유학생들의 선망의 대상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데 48년 전 남한보다 두 배나 더 부자로 살던 북한이 걱정이고, 또 한심스럽다. 얼마 전에 북한주민 11명이 굶주림에 못 이겨 조그만 배를 타고 탈출해 남한에 귀순했다. 그런데도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개인 별장을 33개나 갖고 있다니 기가 막힌다. 김정일 위원장이 원조를 받으려고 직접 중국의 제 2인자를 비행장까지 마중 나오는 모습도 보기가 안타깝다.

우리 대한민국은 언제든 북한을 도울 준비가 돼 있건만 북한은 왜 동족인 남한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툭하면 욕이나 퍼붓는 건지 이 또한 답답하다. 제발 북한은 세계정세를 정확히 파악하고 뭐니뭐니해도 같은 피를 나눈 한민족인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좀 더 친절하고 예의 바른 외교를 펼칠 수는 없는지…. 한반도의 반쪽인 남한만 빠른 속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북한 동포들을 생각하니 가슴이 메인다.

/전 미국연방하원 의원 · 한국경제신문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