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미국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국제통화기금(IMF)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IMF를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격상시키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기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6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IMF 연차총회에서 “앞으로 IMF가 회원국들에 유동성과 통화 스와프를 제공하는 중앙은행과 같은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급진적인 제안을 내놨다.IMF 중앙은행론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과 외환 불균형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과도 맞물리고 있다.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한 대로 세계 주요 국가들이 균형성장을 위해 환율정책을 포함한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는지 IMF가 분석해야 한다”며 “IMF는 진실을 말해야 한다”고 발표했다.사실상 중국의 위안화 저평가 정책을 지적한 것이다.

반면 셰쉬런 중국 재무장관은 “IMF가 세계경제 성장과 금융안정을 위해 안정적인 통화환경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되받았다.이와 관련,로이터는 달러 기축통화 체제의 문제점을 IMF가 나서 개선하라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사쭈캉 유엔 경제사회담당 사무부총장도 “기축통화국의 특권이 종식돼야만 불균형 문제가 실질적인 진전을 보일 수 있다”고 중국을 거들었다.미국이 천문학적인 재정적자를 달러를 찍어내 충당해 왔으나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그는 “IMF의 특별인출권(SDR) 같은 진정한 국제통화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이 이런 문제점을 시정하는데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역시 IMF 중앙은행론과 궤를 같이 한다.

도니미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이런 분위기에 “당초 IMF는 세계경제를 위한 최후의 대부자가 되도록 염두에 두고 설립됐다”고 맞장구를 쳤다.IMF으로서는 위상 강화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그는 IMF가 1조달러 이상의 재원을 보유해야 유동성 위기에 빠지는 회원국들을 여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IMF의 기능과 권한 강화에 제동을 거는 진영도 있다.액슬 웨버 독일 중앙은행 총재는 확대되는 IMF의 영향력을 견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IMF가 위기때마다 구제금융을 지원할 것이라고 회원국들이 여기기 시작하면 오히려 위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질 것이라고 경계했다.그는 때문에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IMF도 경기회복을 위해 예외적으로 취했던 정책들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티 아크타르 아지즈 말레이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신흥국의 무역흑자 때문에 보유 외환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스트로스-칸 총재가 이해하는 모양인데 잘못된 인식”이라고 지적했다.“실질적인 원인은 막대한 단기자금 유입”이라는 주장이다.말레이시아의 경우 지난해 1200억달러였던 외환 보유액이 현재 900억달러 가량으로 줄었는데 단기자금이 빠져나간 탓이고 설명했다.월스트리트저널은 IMF가 세계 중앙은행 역할을 하면 각국이 과다하게 외환을 보유하지 않아도 된다는 IMF의 주장에 그가 일침을 가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