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크 총리, 민주당 단독 정부 의사 피력

루마니아에서 공산주의 정권 붕괴 이후 처음 등장한 좌우동거정부가 출범 10개월 만에 좌초했다.

1일 루마니아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미르체아 게오아나 루마니아 사회민주당(PSD) 총재는 이날 사민당 소속 각료 9명 전원이 자당 소속 단 니차 부총리 겸 내무장관의 해임에 대한 연대항의의 표시로 사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전 트라이안 바세스쿠 대통령은 민주당(PDL) 총재인 에밀 보크 총리가 후임 과도 부총리 겸 내무장관으로 민주당 소속 바실 블라가 건설장관을 추천한 제안을 정식 받아들였다.

바세스쿠 대통령은 또 이날 오후 보크 총리가 제출한 사민당 소속 각료들의 해임 명령에 서명했다.

이로써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등장한 중도우파 민주당과 중도좌파 사민당이 참여한 연립정부가 좌초됐다.

보크 총리는 이날 루마니아 주재 유럽연합 회원국 대사들과 만난 자리에서 소수 여당으로서 정부를 이끌어나갈 것이며 공석인 내각은 의회 신임 투표를 필요로 하지 않는 과도 장관으로 채우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또 민주당 정부가 재정적자 축소 등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프로그램 조건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자유당, 민주헝가리인연합(UDMR) 등 야당들과 연정 구성을 위한 물밑 접촉에 나설 것이라는 게 현지 정치권의 관측이다.

다만 제3당인 자유당의 츠린 안토네스쿠 총재는 민주당 또는 사민당 어느 곳과도 연정 구성을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좌우동거정부를 구성한 민주당과 사민당은 이번 주 니차 장관의 경질을 두고 벼랑 끝 대치를 계속해 왔다.

지난 주 니차 장관이 "대선이 예정된 11월22일부터 12일6일 사이 전세버스 예약이 동났다는 정보가 있는데 이는 사람들이 일제히 수도원에 가는 게 아니라면 누군가 '선거투어'를 계획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선거부정 의혹을 제기한 게 발단이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은 자당 출신인 바세스쿠 대통령의 연임을 지지하고 있지만 사민당은 게오아나 총재가 대선 후보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보크 총리는 지난달 28일 니차 장관을 경질하겠다며 24시간 내 후임자를 지명해달라고 사민당에 통보했으나 사민당은 그의 경질이 감행되면 자당 소속 모든 각료가 사임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했다.

바세스쿠 대통령이 대선을 감시할 내무장관 후임으로 무소속 또는 야당 의원을 임명하자는 중재안을 냈으나 사민당이 거부했다.

앞서 민주당과 사민당은 정부 제출 법안에 대한 이견으로 연정 와해 직전까지 치달았다가 간신히 갈등을 봉합한 바 있다.

보크 총리가 공공부문 임금체계 통합법 등 재정 적자 축소를 겨냥한 3개 정부 입법안을 의회에 제출하면서 정부 신임 투표와 연계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사민당이 졸속 입법이라며 법안에 반대 견해를 피력했다.

다행히 사민당이 법안에 대한 이견에도 불구하고 연정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으로 정리해 좌우동거 정부 퇴진 사태는 피했다.

오랫동안 경쟁 관계를 유지해온 민주당과 사민당은 지난해 12월 실시된 총선에서 35%씩의 득표율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으며, 양당 모두 제3당인 자유당과의 제휴 협상에 실패하고 두 당이 연정을 구성하기에 이르렀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