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은 축제 분위기, 철저한 보안 통제

인민복을 입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8천명의 인민해방군 앞을 지나가자 해방군 부대는 일제히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경례를 붙이며 최고 지도자에게 경의를 표했다.

후 주석은 온화한 표정으로 '동지들 안녕하세요, 동지들 수고 많았습니다'란 인사를 건네고 손을 흔들며 열병식에 참석한 신세대 장병에게 감사를 표시했다.

중국의 건국 60주년을 맞아 베이징 도심에서 1일 오전 국경절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치러졌다.

이날 행사는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오전 10시(현지시각)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류치(劉淇) 베이징시 당서기의 개회 선포와 함께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중국의 56개 민족이 건국 60주년을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56문의 대포가 60발의 예포를 발사하자 첫 예포 소리와 함께 오성홍기가 엄숙하게 올라갔다.

육해공군 의장대 수천명은 중국 국가와 행진곡을 연주하며 축제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했다.

마오쩌둥(毛澤東) 전 주석이 즐겨 입었던 인민복을 입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붉은색 넥타이와 정장 차림의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등 현직 지도부가 톈안먼 성루 앞에 마련된 특설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후 주석은 10시5분께 시가 300만위안(약 5억2천만원)이 넘는 중국산 홍치(紅旗)HQE 승용차를 타고 열병식 책임자인 팡펑후이(房峰輝) 베이징군구 사령관의 보고를 받은 뒤 사열을 시작했다.

그는 '동지들 안녕하세요, 동지들 수고 많았습니다'란 인사를 건네고 손을 흔들며 왕푸징(王府井)을 통과해 창안제를 수㎞ 가량 왕복한 뒤 다시 톈안먼 성루로 올라갔다.

후 주석은 연설에서 "우리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방침에 따라 흔들림 없이 평화통일을 이룩할 것"이라며 "해협 양안 관계의 평화적인 발전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천명했다.

곧바로 이날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열병식이 시작됐다.

열병식에는 인민해방군 병력 8천여명이 창안제를 행진하면서 중국군의 발전과 기술 수준을 과시했다.

56개 민족을 상징하기 위해 56개 부대가 동원된 열병식에는 3군 의장대를 필두로 14개 도보부대, 30개 장비부대, 12개 공중 편대가 한치의 오차도 없이 행군과 에어쇼를 연출했다.

장비부대는 1개 부대당 2대의 지휘 차량을 앞세우고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 등 모두 108기의 미사일과 탱크, 전차, 대포 등 최신형 무기들을 처음으로 공개해 주목을 받았다.

제2세대 핵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41'은 사거리 1만4천㎞로 길이 17.5m, 둘레 2.2m, 무게 20t에 300만t급 핵탄두 1개나 30만t급 핵탄두 6개를 탑재할 수 있다.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쥐랑(巨浪) 2호'는 사거리가 8천㎞로 미국 본토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공중 편대는 톈안먼(天安門)광장 상공에서 굉음과 함께 중국이 자체 개발한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 무인정찰기, 차세대 전투기, 헬리콥터 등으로 사다리꼴 대오를 이룬 채 9분20초 동안 도심 상공에서 에어쇼를 연출했다.

이날 톈안먼 광장과 창안제 등에서는 중국 각계를 대표하는 인사들과 연예계 및 체육계 톱스타 등 10만여명이 오성홍기를 앞세우고 대규모 국민대행진 행사를 벌였다.

오성홍기 뒤에는 중국 건국의 아버지인 마오쩌둥(毛澤東)을 비롯해 덩샤오핑(鄧小平),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 등 4명의 전.현직 국가주석의 초상화를 앞세우고 웅장한 행진이 펼쳐졌다.

건국 60주년을 기리는 뜻에서 60대의 퍼레이드 차량이 동원된 이 행사에는 군악대, 민간음악단, 합창단 등이 4천여명이 합동 연주를 하고 중학생과 초등학생, 전문 공연단 등 8만명이 각종 카드섹션과 공연 등을 펼쳐 축제 분위기를 띄웠다.

이 행사는 중국 관영 중앙(CC)TV 등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고 신화통신과 인민일보 등 주요 언론사 사이트들도 문자 중계 및 각종 기사를 내보냈다.

인민해방군 공군은 수송기 18대, 소무차(消霧車:안개를 해소하는 차) 48대, 요원 260명으로 구성된 특수부대를 동원했고 전날 밤 인공강우를 뿌려 행사 당일 맑은 날씨를 조성했다.

한편 행사를 위해 도심은 전날 밤부터 철저히 통제돼 지도부와 출연진, 초대받은 일부 시민 대표단을 제외하고는 접근조차 불가능했고 보안과 통제가 계엄을 방불케 할 정도로 강화돼 일각에서는 '국민이 소외된 국민대축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보안당국이 통제와 보안을 강화하면서 우려됐던 분리독립운동 세력이나 반체제 운동가들의 기습 테러 등 돌발사태는 일어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연합뉴스) 권영석 홍제성 특파원 yskwon@yna.co.krjs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