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르코지 "두 위기 정면대응", 美 "NPT 강화 결의인데..."

북한과 이란의 이름이 단 한군데도 나오지 않은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 결의 1887호가 24일(현지시간) 채택됐지만 정작 결의의 의미를 되짚는 회의에서는 두 나라를 직접 겨냥한 질타가 쏟아졌다.

국가 원수급이 참석한 안보리 회의로는 54년만에 5번째,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의를 주재한 것은 사상 처음인 이날 회의는 그 자체만으로도 무게가 가볍지 않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핵 없는 세상' 결의까지 채택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말을 빌자면 `역사적인 날'이라 할 만했다.

하지만 결의 채택 직후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안보리 결의가 무시되는 상황부터 정면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핵 군축'의 이상적 결의에도 불구하고 안보리는 두 위기의 실체와 정면으로 맞딱뜨려야 한다"며 "두 위기의 실체는 다름 아닌 북한과 이란"이라고 적시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제한시키기 위한 안보리의 결의는 이들 두 나라에 의해 무시돼 왔다"면서 "이들 두 나라가 하고 있는 것은 우리의 집단적 안보에 근거한 바로 그 원칙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는 확산을 멈추도록 해야 하며, 이 결의안이 규정하고 있는 것도 바로 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 1993년 이후 20년 동안 평양 정권은 핵 미사일을 개발해 왔고, 민감한 기술을 외국에 수출해 왔다"면서 "언제까지 이런 행동이 계속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모든 유엔 회원국들이 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불법 무기와 핵 수출을 감시하고 압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란에 대해서도 "다섯차례나 결의안을 위반하면서 계속해서 핵확산 활동을 하고 있다"면서 "누구도 이들의 활동이 평화적 목적에 근거한 것이라고 믿고 있지 않다"며 오는 10월 1일 개최되는 이란 핵문제 관련 `안보리 상임이사국 + 독일' 회의에서 이란이 핵 에너지를 평화적 목적으로 개발하고 있는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도 이란에 대한 보다 강한 제재를 요구했다.

이에 대해 이란 대표부측은 성명을 통해 "사르코지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며, 이란이 핵 무기 개발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은 완전히 허위이고 어떤 근거도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북한 대표부측은 어떤 응대도 없었다.

`핵 없는 세상'을 위한 결의 채택이 북.이란에 대한 비난으로 치닫자 미국측은 다소 당혹스런 입장이다.

수전 라이스 유엔대표부 대사는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은 핵비확산조약(NPT)의 강화와 내년 봄의 핵군축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것"이라며 "이란이나 북한에 초점을 맞춘 결의안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 내용 가운데 `NPT에서 탈퇴한 국가라도 핵 비확산 조약을 위반하는 행동을 했다면 그에 상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은 북한을 직접 겨냥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