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AEA에 통보..서방.IAEA, 사찰허용 촉구

이란이 제2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25일 발표했다.

IAEA의 마크 비드리케어 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란이 지난 21일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실험용 수준의 새 우라늄 농축시설을 건설 중"이라고 통보했다면서 이에 따라 IAEA는 이란에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가능한 한 조속히' 이 시설에 대한 접근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이 서한에서 아직 핵물질이 이 시설에 반입되지 않았다면서 "적절한 시점에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발표에 대해 미국 피츠버그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들은 IAEA의 검증을 촉구하는 한편 추가 제재를 경고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함께 가진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국, 영국, 프랑스는 어제 빈에서 IAEA에 이란이 지난 수년간 콤 인근에서 비밀 우라늄농축시설을 건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했다"면서 "이 시설의 존재는 이란이 유엔 안보리 결의와 IAEA 관련 조항에 따른 의무를 이행할 의지가 여전히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이란이 내달 1일 열리는 핵협상에서 IAEA에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프랑스 외무부는 이것이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규제하는 유엔 결의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규정했으며 미국 백악관 고위 관리는 AP 통신에 이란이 그동안 이 시설을 숨겨왔으나 미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이 시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공개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남서쪽으로 160㎞ 떨어진 산중에 위치한 이 시설이 이르면 내년부터 가동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 시설이 약 3천개의 원심분리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면서 "이란이 이번으로 3번째 거짓말이 탄로 난 셈"이라고 전했다.

나탄즈 지하 우라늄농축시설은 2002년 이란 반체제단체에 의해 폭로됐고 2년 전 미국 정보기관은 이란이 비밀리에 핵무기를 개발하다 2003년 중단한 사실을 입증하는 증거를 내놓았었다.

앞서 이란의 ISNA 통신도 새 우라늄농축시설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이 시설이 기존의 나탄즈 농축시설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이란은 지금까지 나탄즈 지역에 1개의 우라늄 농축 시설만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이란은 다음달 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주요 6개국과 핵 협상을 앞두고 있다.

이 회담에서 미국과 이란은 30년 만에 직접 대면하게 된다.

(베를린연합뉴스) 김경석 특파원 ks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