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남아프리카공화국 `육상 소녀' 카스터 세메냐가 자신을 둘러싼 성(性) 정체성 논란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남아공 일간지 더 스타에 따르면, 세메냐의 변호인단은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에 서한을 보내 세메냐의 의료기록 일체를 넘겨줄 것을 요청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세메냐가 성 판별검사에 응하겠다고 동의했음을 입증하는 문서 제출도 함께 요구했다.

이 동의서는 IAAF가 성 판별 검사를 공식적으로 폐지한 상황에서 세메냐에게 사전에 해당 검사를 받고 있음을 통보했는지를 확인하는 공식 서류라는 점에서 인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잣대가 된다.

앞서 호주의 한 언론은 성 판별검사 결과 세메냐가 양성자(兩性者)로 확인됐다고 보도, 세계 육상계에 파문을 불러일으켰으며 남아공육상협회(ASA)는 IAAF의 요청에 따라 국내에서 세메냐에 대한 성 판별검사를 실시했음을 시인했다.

이와 관련, 변호인단은 세메냐에 대한 성 판별검사 결과가 언론에 노출된 경위에 대한 설명도 요구했다.

한편 남아공 내부에서는 자국 의료진에 의해 세메냐에 대한 성 판별검사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되면서 ASA에 대한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ASA는 IAAF의 요청에 따라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기 직전에 세메냐에 대한 성 판별검사를 실시하고도 이를 부인한 채 "세메냐는 틀림없는 여성"이라고 강변해 오다 최근 세메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 위해 검사 사실을 숨겼다고 시인했다.

이에 따라 남아공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ASA의 미흡한 대처를 문제삼아 레오나드 추에네 ASA 회장의 사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세메냐는 지난 8월19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하면서 남아공의 육상 영웅으로 떠올랐으나 언뜻 남자로 보일 정도의 얼굴 생김새와 근육질 몸매, 그리고 중저음 목소리로 남자가 아니냐는 논란에 휘말렸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권정상 특파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