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적 항공사인 일본항공(JAL)이 난기류에서 좀체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 극복을 위해 JAL은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채권단에 손을 벌렸지만 채권단은 근본적인 재무구조 개선을 먼저 요구하고 있다. 델타항공 등으로부터 외자유치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JAL의 경영회생 방안 마련이 어려운 것은 공기업적 태생의 한계로 정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은행 등의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JAL 문제 해결은 하토야마 정부의 첫 시험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JAL은 1990년대부터 구조적인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금융부채만 1조엔(약 13조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이 10% 미만이다. 올 1분기(4~6월)에는 990억엔(1조3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연간 적자액(630억엔)보다 많은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감소와 고유가 등이 이유지만 보다 근본적으론 공기업적 방만 경영 때문이란 지적이다.

JAL은 2차대전 후 국영 항공사로 출발해 1987년 민영화됐다. 그러나 지분상으로만 민영화됐지 정부 영향력에선 벗어나지 못했다. 한 예로 JAL의 부사장은 국토교통성 관료의 낙하산 자리로 지정돼 있다. 또 JAL은 지방공항 건설과 항공노선 유치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와 정치인들의 청탁을 무시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적자 노선이 많아지고,누적된 적자는 정부 지원으로 은행의 대출로 메우는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부실이 커지면서 이제 '위험한 버티기'가 어려워졌다. 일본정책투자은행 등 채권단은 JAL을 우량자산(굿 컴퍼니)과 부실자산(배드 컴퍼니)으로 분할,배드 컴퍼니를 청산하지 않는 한 추가 지원은 않겠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인원 감축 등 단순 구조조정만으론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로써 먼저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통해 JAL을 회생시키겠다는 일본 정부의 방침은 벽에 부닥쳤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