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인 버락 오바마의 성장기는 무수한 책과 기사를 통해 소개돼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안겨줬다.

그러나 그를 낳고 기른 어머니 스탠리 앤 던햄의 인생 역시 역동적이고 진취적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하지만 곧 던햄이 14년에 걸쳐 완성한 박사논문이 듀크대 출판사를 통해 출간되고 내년에는 그녀의 인생을 다룬 장편영화 '스탠리 앤 던햄:매우 관대한 영혼'이 제작될 예정이어서 그녀의 인생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16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인터넷판은 1942년 미국 캔자스주(州)에서 태어나 1995년 5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던햄이 자유로운 히피이자 탁월한 인류학자였다면서 베일에 감춰져 있던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을 소개했다.

던햄은 하와이의 대학에서 첫번째 남편을 만나 오바마 대통령을 낳았고, 짧은 결혼생활을 청산한 뒤 인도네시아 학생 롤로 소에토로와 재혼하면서 인도네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1965년 24세였던 던햄은 6살 난 오바마와 함께 인도네시아로 이주했고, 30년 동안 이 지역을 연구하고 개발을 돕는 데 헌신했다.

인류학도였던 그녀에게 다양한 섬과 언어가 공존하는 인도네시아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그녀는 학문에만 매진한 것이 아니라 빈민을 위한 소액 신용대출(마이크로 크레디트)을 전파하는 데 앞장서고, 수하르토 군사독재에 반대 운동을 벌였으며, 아마추어 전통 공예가로도 활동하기도 했다.

던햄의 마이크로 크레디트 운동을 지켜본 '카운슬 오브 인도네시아'의 아디 사소노는 "오바마 대통령의 책과 연설 속에서 던햄이 지녔던 것과 똑같은 서민과 정의에 대한 걱정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980년 소에토로와 이혼한 후에도 던햄은 자유로운 여성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갔다.

학문에 전념하며 쓴 '역경을 딛고 살아남기(Surviving Against The Odds)'라는 논문에서 그녀는 인도네시아 전통 마을의 삶, 고대 의식과 샤머니즘, 노동에 있어서 성(性) 분리, 대장장이의 전통 등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박사학위 지도교수였던 앨리스 듀이는 "던햄은 사람들이 왜 행동을 하고 그들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하는지를 인류학에 접목시켜 탐구하고자 했다"며 "그녀는 내가 만난 사람 중 가장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던햄이 연구했던 카자르 마을의 주민들은 그녀가 생기있는 사람이었으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그들을 그리워했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어린 시절 어머니와 떨어져 지내는 것을 원망했다고 많은 사람이 추측하고 있다.

자서전인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어머니에 대해 "그녀에게 빚지고 있다는 생각이 내 안의 가장 큰 부분"이라고 고백하면서도 그녀에 대해서는 아주 간결하게만 언급했고, 작년 인터뷰에서는 던햄에 대해 "어떤 무모함을 지녔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최인영 기자 abb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