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시위대 여론 주류 아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건강보험 개혁 촉구 의회 연설 이후 건보개혁 찬반 여론을 자기쪽으로 흡수하려는 진보.보수 진영의 힘겨루기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주말을 맞아 보수파 인사들은 건보개혁 반대 장외집회를 조직화, 의회 연설을 계기로 건보개혁 주도권을 쥐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의도를 차단하는데 나섰고, 이에 맞서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 백악관 인사들은 TV에 총출동하며 개혁 드라이브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공화당 하원 전 원내대표인 딕 아미가 이끄는 보수파 단체인 프리덤 웍스는 주말인 12일 수만명을 동원, 워싱턴 시내를 행진하며 건보개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건보개혁 반대 구호를 외치며 워싱턴 도심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따라서 백악관에서 의사당까지 행진했다.

시위대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도중 공화당 하원 조 윌슨 의원이 외친 고함인 "거짓말이야"(you lie!)를 흉내내 외쳤고,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맞서 싸울때 사용되던 "나를 짓밟지 말라"라는 구호 도 등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거짓말쟁이'로 표현하거나 영화 배트맨 악당인 조커로 묘사한 전단과 깃발이 등장했고, "공공보험 도입은 자유의 죽음", "사생활 통제 국가 반대" 등의 구호가 외쳐지기도 했다.

이번 시위는 지난 5월부터 준비됐다고 프리덤 웍스는 밝혔다.

보수 성향 폭스뉴스의 평론가 글렌 벡은 최근 몇주동안 방송에 나와서 건보개혁 반대를 주장하며 워싱턴 시가행진 참여를 촉구하기도 했다.

공화당 상원 짐 데민트(사우스 캐롤라이나) 의원은 장외집회에서 "이번 싸움은 미국의 심장과 영혼, 자유를 위한 중요한 싸움"이라며 건보개혁 반대 투쟁을 독려했다.

이에 맞서 데이비드 액설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은 13일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에 출연, 워싱턴 거리 시위에 대해 "보수주의자들은 시위할 권리가 있지만 시위대들의 목소리가 주류가 아니며, 여론의 흐름을 대표하지 못한다"고 격하했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밤 CBS의 뉴스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 방영된 인터뷰에서 건보개혁 반대파들의 반대 논리를 겨냥, "우리는 조잡한 정치 논쟁을 지켜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언론매체들이 건보개혁 논쟁의 본질을 다루기보다는,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들을 비중있게 취급하는 점을 염두에 두고 오바마 대통령은 "24시간 케이블 뉴스의 보도 경향을 보면 큰 소리로 떠들고, 보다 자극적인 목소리들에 가장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워싱턴연합뉴스) 성기홍 특파원 sg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