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사고", "표현력 문제" 엇갈린 평가

오는 16일 발족할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새 내각은 주요 각료에 이과계 출신이 포진하는 2차대전 이후 최초의 '이과계 내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미지가 강한 '이과계 두뇌'가 일본의 앞날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주목된다.

총리에 취임하는 하토야마 대표는 '우애', '정치는 사랑'이라는 등 추상적이고 정서적인 발언을 자주 하지만 도교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공학부에서 유학했던 정통 공학도다.

1986년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 당선됐을 때의 선거 구호도 '꿈을 현실로, 지금 정치를 과학화한다'였다.

관방장관에 내정된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의원도 주오(中央)대 이공학부 출신이다.

또 핵심 요직인 국가전략담당상에 취임하는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도 도쿄공대 이학부에서 응용물리학을 전공했다.

내각의 핵심인 총리와 관방장관, 국가전략담당상이 모두 이과계 출신이다.

2차대전 이후 일본 정치사에서 이과계 출신 총리는 아주 드물었다.

대부분이 법학부나 경제학부 등 문과계였다.

주오(中央)공학교(전문대)를 졸업한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 수산강습소(현 도쿄해양대학)를 졸업한 스즈키 젠코(鈴木善幸) 전 총리가 이과계 출신 총리다.

관방장관도 니혼대 토목공학과를 졸업한 가지야마 세이로쿠(梶山靜六) 전 관방장관 등 몇 명에 불과하다.

총리와 관방장관이 모두 이과계 출신이 차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과계 출신이 국가를 운영하는 데 대해서는 "과학적인 사고가 기대된다", "문과계 출신보다 대국민 설득에 필요한 표현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등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하토야마 대표의 스탠퍼드대 유학 당시 동창생이었던 무라카미 마사카쓰(村上征勝) 도시샤(同志社)대 교수는 "정치 세계에서는 개별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만을 제기하면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이과적인 사고가 있으면, 부족한 데이터가 무엇인지,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정리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반면, 정치의 세계는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이과 바보와 문과 바보'라는 책의 저자인 다케우치 가오루(竹內薰)씨는 "하토야마 대표가 부족한 것은 논리적인 전략을 제대로 국민에 전달하는 표현력"이라며 "일반인들에게 호소하려면 하토야마 '총리'의 발언을 제대로 전달할 인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도쿄연합뉴스) 최이락 특파원 choinal@yna.co.kr